[CEO & 매니지먼트] 초보CEO를 위한 제언‥이사회ㆍ협력업체 등 이해당사자부터 장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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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시즌이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누가 새 리더로 떠오르느냐다. 최고경영자(CEO)는 권한과 책임의 무게가 일반 임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준비가 안되면 감당하기 힘들다. 미국에선 CEO 중 3분의 1이 임명된 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미국에서 3년 전쯤 15명의 CEO에게 신임 CEO를 위한 조언을 부탁한 적이 있다. 인상적인 답변 중 하나는 CEO로 낙점된 후 몇 주,혹은 몇 달이 미래의 성패를 가름하더라는 것이다. CEO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의 전략적 목표부터 숙지하라
CEO가 되자마자 산적한 현안에 떠밀리기 시작한다. 의사 결정을 할 때 충분한 보고를 받거나 분석할 겨를이 없다. 주변 사람과 부하직원들에게 직언을 들을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CEO가 결정을 내릴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회사의 전략적인 방향성과 가치관이다. CEO는 의사결정 때 직감에 의존하거나 아랫사람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회사의 목적과 가치관,문화를 꿰뚫고 있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해 관계자를 소상히 파악하라
이사회,협력업체,전략적 제휴회사,정부기관,노조,시민단체 등의 관심사와 영향력을 세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 한국에선 이해관계자들이 혈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영향력이 클 뿐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선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들이 회사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대략적으로나마 예측할 수 있다. 중요한 이해당사자라면 CEO로 낙점을 받자마자 개별면담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책을 세워라
지금은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고 산업 지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시기다. 이럴 때 CEO가 되자마자 가장 공을 들여야 할 일은 경기 침체의 강도와 기간,정부 규제의 방향,자금시장 동향,환율 등을 변수로 삼아 시나리오를 만들고 비상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임직원 주주 언론 앞에서 발표할 취임사도 중요하다.
다만 비상 대책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짜되 취임사는 세부 항목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회사의 중장기 비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과 성장 기회에 대한 명쾌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별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포용력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달갑지 않은 일엔 도움을 청하라
CEO가 취임 직후 대규모 인사를 실시하면 업무 공백이 생기고 사내 여론도 술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비전에 맞지 않는 사람을 그대로 앉혀둘 수도 없다.
미국에선 CEO로 선출된 후 정식 취임 전까지 시간을 이용해 이사회나 전임 CEO와 협의하면서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는 방법을 쓴다. 물론 실적이 침체국면에 접어들 때 CEO로 취임한다면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인사이동을 꾀할 수 있다.
◆권한과 책임은 나눠야 한다
초임 CEO가 범하기 쉬운 실수는 모든 의사결정을 자기가 하려는 것이다. 이는 가능하지도,바람직하지도 않다. 믿을 만한 사람들을 만들어 책임과 권한을 공유해야 한다.
책임과 권한의 공유는 인재육성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미국 GE는 새 CEO를 뽑자마자 후계자 양성을 시작한다. CEO는 외롭다. 회사 밖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 CEO로서의 판단력이나 균형감각이 흐려질 때 직언해 줄 수 있고,어려운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성급한 공약은 삼가라
CEO가 되자마자 친분 있는 사업가나 시민단체들로부터 수많은 요청이 쇄도할지 모른다. 외부 조직의 수장 자리를 제안 받거나 인사 청탁이 들어올 수도 있다.
회사를 파악하기에도 벅찰 때 이런 요청을 덥석 수락해선 안 된다. 업무 파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원치도 않고 효과도 없는 활동에 시간을 쏟게 되는 곤란에 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약점을 보완하라
자신이 회사의 사업 분야나 조직에 대해 꿰뚫고 있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보완해야 한다. 취약한 분야에 대한 강의를 단기 수강하거나 사내 전문가를 불러 과외라도 받는 게 좋다. 전직 CEO와 회사의 생산시설 등을 함께 돌면서 현장 학습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영환 맥킨지&컴퍼니 서울오피스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