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개월 전보다 60% 이상 하향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높은 경쟁력을 앞세워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수 투자의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3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2306억원으로, 불과 1개월전 5889억원에 비해 60.84% 줄었다. 1주일전 컨센서스인 3591억원에 비해서도 35.79% 하락했다.

이같은 컨센서스의 급락은 최근 몇몇 증권사들이 삼성전자가 4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 20조3490억원, 영업적자 6710억원(본사기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메모리 가격 급락에 따른 적자전환, 액정화면(LCD) 수요 감소 및 TV세트 가격 급락에 따른 패널 가격 하락, 휴대폰 출하량 정체 및 마케팅 비용 지속 증가에 따른 이익률 감소 등을 적자사유로 꼽았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삼성전자의 영업적자 가능성은 지난 11일 신영증권이 제일 먼저 제기했다. 신영증권은 4분기 삼성전자가 2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KB투자증권(-2610억원), 우리투자증권(-2420억원), 하이투자증권(-1264억원), 한국투자증권(-1172억원), IBK투자증권(-910억원), 동부증권(-1630억원), NH투자증권(-3630억원) 등도 적자 전망치를 내놓았다.

증권사들은 내년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276억원으로, 올해 4분기보다 44.66% 낮다. 이는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LCD의 계절적 비수기 진입으로 인한 공급감소와 수입 감소가 병행되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삼성전자의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삼성전자가 4분기 184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내년 1분기까지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LSA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겠지만 내년 1분기에는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우려되지만 높은 경쟁력을 통해 침체기에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악화가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2009년 1분기 중 메모리 가격 안정, 2분기 중 가격 상승으로 2009년 상반기 중 주가 상승세가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상승사이클에 접어드는 메모리 산업과 산업 내 1위업 체에 대한 주가 프리미엄을 향유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