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싼 곳 찾아 떠나고…
강남 일대 빈사무실 급증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서울 강남권 오피스 시장이 최근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실물경기 한파까지 겹치면서 강남권 입주 기업들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강남권 빌딩 중개 업계에 따르면 테헤란로 일대 빌딩의 공실률은 7월 2~3%에 불과했지만,지난달 들어서는 6~7%로 급격히 높아졌다.

강남역 네거리에서 삼성교에 이르는 빌딩 밀집 지역에는 정보기술(IT)벤처·금융·무역·건설 관련 세입자를 구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다.

임대료가 최근 석 달 새 5% 정도 내렸지만 찾는 사람은 없고,나가려는 기업들만 늘고 있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강남구 삼성동 테헤란로의 A급 빌딩에서 전용면적 200㎡짜리 사무실을 얻어 5년째 IT 관련 사업을 해온 한 벤처업체의 김모 사장은 지난달 본사를 분당신도시의 근린상가 빌딩으로 옮겼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강남에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500만원(관리비 포함)이 들었던 사무실 운영비가 분당에서는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950만원으로 줄었다.

강남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기업들도 사무실 규모 축소에 나서고 있다. 현재 1층에 세들어 있는 한 증권회사 관계자는 "내년 2월쯤 사무실을 줄여 같은 빌딩 2층이나 3층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 1500만원 하는 임대료를 줄여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역삼동에서 425㎡ 규모(2개층)의 사무실을 쓰고 있는 한 무역업체도 지난달 감원과 함께 1개층 사무실을 재임대로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동 테헤란밸리공인 박준규 과장은 "경기 악화로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의 '탈 강남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150㎡ 미만의 작은 사무실을 쓰는 기업들은 대부분 양재·서초동으로 빠져 나가고,대형 사무실을 쓰는 기업들은 구로·성남·영등포 등 아파트형 공장 밀집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강남권에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6개월 전과는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