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한데 대해 자유선진당에 이어 민주당도 21일 이를 무효로 해달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함에 따라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박진 외통위원장이 지난 18일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외통위원들의 회의장 입장을 막으면서 입법권과 비준동의권을 침해한 만큼 무효"라고 주장하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와 효력정지신청을 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또는 지자체간 권한의 범위 등을 두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 헌재가 이를 심판하는 제도로, 피청구인의 처분 등이 청구인의 권한을 현저히 침해했거나 침해할 위험이 있을 때에 청구할 수 있다.

민주당 등이 비준동의안의 소위원회 회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기 위해 가처분 성격인 효력정지신청도 낸 만큼 헌재가 이 부분에 대해 먼저 결정을 내릴 수는 있지만 효력정지신청 처리에 대한 시한은 별도로 정해진 바가 없다.

이번 심판 청구는 국회의원 역시 국가기관이고 특정 정당이나 상임위원장 또는 국회의장이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헌재는 그러나 법률안 단독ㆍ기습처리가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는지는 사안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면서도 법안 자체에 대해 무효 결정을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헌재는 지난 4월24일 17대 국회 당시 김원기 국회의장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한 행위에 대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여야는 사학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었으며 김 전 의장은 2005년 12월 개정안을 직권상정한 뒤 토론 신청 없이 표결에 부쳐 재적 의원 154명 중 140명의 찬성으로 가결을 선포했다.

헌재는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

질의 신청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표결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1997년 7월에는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등 5개 법안을 기습한 처리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사상 첫 인용판결을 내리면서도 "가결 선포 행위 자체는 무효가 아니다"라며 법률의 효력을 인정했다.

오세응 당시 국회부의장은 1996년 12월26일 여당 의원들에게만 소집 통보를 한 뒤 오전 6시께 법률안 가결을 선포했고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은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의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처리됐다.

국회법 위반의 하자는 있을지언정 입법 절차에 관한 헌법 규정을 위반한 흠이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1998년에는 국회의원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 청구 자격이 없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은 김종필 총리서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거부하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상대로 심판 청구를 했고 재판부는 "총리임명동의권은 국회의원 개개인이 아닌 국회의 고유권한으로 국회가 직접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사자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법안이나 비준안 처리 결과가 아닌 단독 상정 행위 자체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이번 사건에서 헌재가 권한 침해 및 무효 여부나 당사자 자격 유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앞으로 국회의 법안 등 처리 절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