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의 조찬포럼이 열린 지난 1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이른 아침이지만 좌석이 꽉 찼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과 민주당 김부겸 의원 등 정치인도 여럿 보인다. 연사는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적 한인 인맥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이런 김 소장이 '오바마 정부의 파워 엘리트'란 주제로 강연을 했으니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비단 이날만이 아니다. 지난 8일 방한한 김 소장은 이날 출국할 때까지 빡빡한 일정을 보냈다. 그의 방한 목적은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주최의 '교포정책 포럼'(17,18일)과 KSOI 포럼에 참석하는 것.그러나 그를 찾는 사람은 너무 많았다. 강원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등을 방문해 도지사들을 만났다. 지난 17일에는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국회의원들이 그를 불렀다. 그날 오후에는 한승수 국무총리의 예고없는 호출을 받았다. 정작 포럼에선 제대로 자리를 지킬 수 없을 정도였다. 면담일정을 잡지 못한 어떤 국회의원은 새벽에 숙소로 그를 찾아오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인과 관료들이 앞다퉈 김 소장을 찾은 것은 그가 오바마와 가장 가까운 한인으로 알려진 덕분이다. 실제 그는 2004년 무명이던 오바마를 처음 만났다. 2005년엔 오바마와 힘을 합쳐 미 본토 최초의 한인 시장인 최준 뉴저지주 에디슨시 시장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대선출마를 결심한 오바마가 한인표를 의식해 처음 찾은 사람도 김 소장이었다.

이처럼 몸값이 올라갔지만 김 소장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그가 운영하는 한인유권자센터는 미국 내 NGO(비정부기구)다.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한인들의 기부가 적어 줄곧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 너무 살림이 어려워 올해 초에는 해산을 검토하기도 했다. 사정이 다급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오로지 오바마와의 창구개설에만 관심을 집중했다. 오바마와 가교역할을 하는 유권자센터는 안중에도 없었다.

김 소장은 출국하면서 "그나마 포럼 강연비로 2개월간 사무실 월세를 내게 돼 다행"이라며 피식 웃었다. 그 쓴웃음은 장기적인 투자없이 단기적 결실만 따먹으려는 우리 사회의 풍토를 꼬집는 것 같아 씁쓸했다.

하영춘 사회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