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정상적인 청산절차를 밟지 않고 소위 '야반도주'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외교라인을 동원해서라도 끝까지 추적,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는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앞으로 외자기업의 무단 철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 공안부 사법부는 20일 '외자기업의 비정상 철수에 대한 공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외자기업의 비정상철수에 대해 정부가 끝까지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을 경우 소송을 통해 중국 측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방정부에서 할 수 없었던 외교차원의 역량까지 동원,상대국과 체결한 상법 및 형법 협조 조약에 근거해 협조를 요청토록 했다. 상무부는 상대국이 관련 조약에 따라 중국의 협조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으며,필요할 경우 범인인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내 외자기업 야반도주는 주로 한국 대만 홍콩기업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뒤 대만과 홍콩 기업들의 야반도주가 줄을 잇고 있고,중국 기업에서도 이런 현상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홍콩과 대만기업들이 같은 중화권이라는 점에서 중국 언론들은 비난의 화살을 주로 한국기업들에 돌리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선 야반도주의 원인이 되는 복잡한 청산절차 등에 대해선 언급이 없어 원인 제공에 대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 사업체를 청산할 경우 외자기업으로서 받았던 모든 혜택을 되돌려줘야 하는 것은 물론 청산 기간이 최장 1년 이상 걸려 정상적인 청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예컨대 기업소득세의 경우 외국기업은 '2면3감'(이익발생 후 소득세를 2년간 면제,3년간 감면)의 혜택을 받고 있으나 10년 경영기한을 채우지 않을 경우 우대받은 해당 지방세를 전액 환불해야 한다. 칭다오에 진출한 섬유업체인 진메이복장의 김성출 사장은 "경영난으로 청산을 하려는 기업들이 그동안 우대조치 받았던 돈을 다 돌려줄 여유가 어디 있겠느냐"며 "청산절차를 합리적으로 바꿔야 야반도주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