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지원시설 등 미비… 연수원, 대책 마련 나서

시각장애인으로 최초 사법시험 합격자인 최영씨(27)가 사법연수원 입소를 연기했다. 사법연수원은 최씨가 15, 16일 양일간 진행된 임명예정자 등록기간에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21일 밝혔다. 최씨가 입소를 연기한 것은 과중한 연수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음성듣기를 통한 학습훈련과 독자적인 보행능력 습득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는 스스로의 판단 때문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시각장애를 딛고 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최씨는 2000년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책을 보고 읽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2005년부터 급격히 시력이 악화돼 결국 책을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최씨는 "공부를 하느라 혼자 걸어다니는 능력과 컴퓨터를 이용해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며 "1년 동안 훈련한 뒤 입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은 최씨를 비롯한 시각장애인들이 공부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교수와 시설관리담당 직원 등 8명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지난 11일 첫 회의를 열어 강의 및 평가 방법,시설.전산.보조학습기구 마련 방안 등을 논의했다. 연수원은 원내 교육 지원 방안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교재ㆍ유인물 등을 미리 제공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최씨에게 우선적으로 수습기관 선택권을 주고 해당 기관과 사전 협의해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평가 때는 최씨가 문제를 컴퓨터 음성으로 듣고 답안을 작성하면 다른 사람이 수기로 채점하도록 할 예정이다. 연수원은 내년 1월 중 담당 교수를 일본 사법연수소에 보내 시각장애인 연수 지원 대책 및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