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잠못드는 버블세븐 … 이러다 '반값세븐'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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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집값 얼마나 떨어졌길래
10억4000만원(3월)→9억6300만원(6월)→9억5000만원(9월)→8억3000만원(11월)→7억5000만원(12월19일).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대상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31평)형의 가격 추이다. 올 3월만 해도 10억4000만원(국토해양부에 신고된 실거래가 기준)에 거래됐지만 19일 현재 7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9월 이후 3개월 새 2억원(9.6%)이나 떨어졌다.
올해 주택시장은 한마디로 '버블세븐의 굴욕'으로 표현된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이들 지역(서울 강남 3구,목동,경기 분당.평촌.용인)의 집값이 급락한 것.급매물 시세로 보면 2년 전 고점보다 30~40% 떨어진 단지가 많아 체감 하락률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
◆'버블세븐' 2년3개월 전으로 돌아가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올해 '버블세븐' 지역 집값 하락률(작년 말 대비 12월19일 기준)은 평균 8.75%로 조사됐다. 용인(-10.99%) 강남(-10.80%) 송파(-9.62%) 분당(-9.06%) 목동(-7.99%) 서초(-5.81%) 평촌(-5.59%) 순이다.
이들 지역의 3.3㎡(1평)당 매매가는 1900만원대로 2006년 9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2년3개월 전으로 회귀한 셈이다. 1기 신도시(분당 산본 일산 중동 평촌)는 평균 5.33% 떨어졌다. 서울 강북과 인천 등지의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 전국 집값이 평균 2.82%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률이 상당히 큰 편이다.
부동산 114 조사로는 서울과 전국 집값은 2000년 이후 8년만에 각각 2.05%와 0.46%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버블세븐.은 11.4%,5개 신도시는 평균 10.01% 떨어졌다.
하지만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 정상 시세보다 10~20% 싼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102㎡형은 2006년 한때 12억원을 호가했다. 매매가가 아닌 호가(부르는 값)기준이지만 현재의 급매물 시세(7억5000만원)와 비교해 37.5%(4억5000만원) 떨어졌다. 2년 전 14억원을 호가하던 이 단지 112㎡(34평)형은 5억1000만원 내린 8억9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와 있다.
잠실동 주공5단지 118㎡(36평)형은 호가 기준 최고가가 16억6000만원이지만 최근 9억7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와 41.5%나 내렸다. 한때 13억원을 호가하던 양천구 목동 주공7단지 115㎡형도 급매물 시세가 8억5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집값은 더 떨어질 기세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버블세븐 지역에서 반토막 아파트가 가장 먼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하면 버블세븐이 '반값 세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북과 인천 등 소외지역의 '반란'
미분양 주택이 몰려 있는 일부 지방이나 '버블세븐'을 뺀 다른 지역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소위 '노.도.강'(서울 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올 들어 25.34% 올랐다. 노원구(28.1%) 도봉구(23.2%) 강북구(13.13%) 순이다. 중랑 금천 강북구와 경기 북부권의 의정부 동두천 양주 포천 등의 올해 누적 상승률도 10%를 훨씬 웃돈다. 개발 호재가 많은 인천도 올해 10.69% 뛰었다.
그러나 강북과 경기 북부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가 본격화된 10월 이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방은 대체로 보합세를 보인 가운데 미분양 주택이 많은 울산(-1.19%) 대구(-2.5%) 대전(-0.62%) 등이 약세였다.
◆외환위기 때보다 심리적 충격 더 커
집값 변동률 통계로 보면 10년 전 외환위기 때가 지금보다 집값 하락률이 높다. 부동산뱅크 자료를 보면 1998년 전국 집값 하락률은 18.86%다. 서울은 17.12% 떨어졌다.
이에 비해 올해의 경우 전국이 2.82%,서울은 1.8% 올랐다. 수치상으로는 올해가 훨씬 낫지만 체감 하락률은 다르다. 고혜진 국민은행 연구소 과장은 "1998년엔 전 지역의 집값이 떨어졌지만 올해는 버블세븐과 주요 신도시 등 인기 지역 위주로 하락한 데다 단기간에 급락해 사람들이 느끼는 충격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시장 패러다임 바뀌나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깨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강남불패신화와 신도시에 대한 믿음이 붕괴되고 부동산 상품의 가격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집값은 과거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급등했고 아파트는 사실상 금융상품처럼 변했다"며 "갈수록 집값 변동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10억4000만원(3월)→9억6300만원(6월)→9억5000만원(9월)→8억3000만원(11월)→7억5000만원(12월19일).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대상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31평)형의 가격 추이다. 올 3월만 해도 10억4000만원(국토해양부에 신고된 실거래가 기준)에 거래됐지만 19일 현재 7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9월 이후 3개월 새 2억원(9.6%)이나 떨어졌다.
올해 주택시장은 한마디로 '버블세븐의 굴욕'으로 표현된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이들 지역(서울 강남 3구,목동,경기 분당.평촌.용인)의 집값이 급락한 것.급매물 시세로 보면 2년 전 고점보다 30~40% 떨어진 단지가 많아 체감 하락률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
◆'버블세븐' 2년3개월 전으로 돌아가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올해 '버블세븐' 지역 집값 하락률(작년 말 대비 12월19일 기준)은 평균 8.75%로 조사됐다. 용인(-10.99%) 강남(-10.80%) 송파(-9.62%) 분당(-9.06%) 목동(-7.99%) 서초(-5.81%) 평촌(-5.59%) 순이다.
이들 지역의 3.3㎡(1평)당 매매가는 1900만원대로 2006년 9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2년3개월 전으로 회귀한 셈이다. 1기 신도시(분당 산본 일산 중동 평촌)는 평균 5.33% 떨어졌다. 서울 강북과 인천 등지의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 전국 집값이 평균 2.82%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률이 상당히 큰 편이다.
부동산 114 조사로는 서울과 전국 집값은 2000년 이후 8년만에 각각 2.05%와 0.46%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버블세븐.은 11.4%,5개 신도시는 평균 10.01% 떨어졌다.
하지만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 정상 시세보다 10~20% 싼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102㎡형은 2006년 한때 12억원을 호가했다. 매매가가 아닌 호가(부르는 값)기준이지만 현재의 급매물 시세(7억5000만원)와 비교해 37.5%(4억5000만원) 떨어졌다. 2년 전 14억원을 호가하던 이 단지 112㎡(34평)형은 5억1000만원 내린 8억9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와 있다.
잠실동 주공5단지 118㎡(36평)형은 호가 기준 최고가가 16억6000만원이지만 최근 9억7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와 41.5%나 내렸다. 한때 13억원을 호가하던 양천구 목동 주공7단지 115㎡형도 급매물 시세가 8억5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집값은 더 떨어질 기세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버블세븐 지역에서 반토막 아파트가 가장 먼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하면 버블세븐이 '반값 세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북과 인천 등 소외지역의 '반란'
미분양 주택이 몰려 있는 일부 지방이나 '버블세븐'을 뺀 다른 지역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소위 '노.도.강'(서울 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올 들어 25.34% 올랐다. 노원구(28.1%) 도봉구(23.2%) 강북구(13.13%) 순이다. 중랑 금천 강북구와 경기 북부권의 의정부 동두천 양주 포천 등의 올해 누적 상승률도 10%를 훨씬 웃돈다. 개발 호재가 많은 인천도 올해 10.69% 뛰었다.
그러나 강북과 경기 북부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가 본격화된 10월 이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방은 대체로 보합세를 보인 가운데 미분양 주택이 많은 울산(-1.19%) 대구(-2.5%) 대전(-0.62%) 등이 약세였다.
◆외환위기 때보다 심리적 충격 더 커
집값 변동률 통계로 보면 10년 전 외환위기 때가 지금보다 집값 하락률이 높다. 부동산뱅크 자료를 보면 1998년 전국 집값 하락률은 18.86%다. 서울은 17.12% 떨어졌다.
이에 비해 올해의 경우 전국이 2.82%,서울은 1.8% 올랐다. 수치상으로는 올해가 훨씬 낫지만 체감 하락률은 다르다. 고혜진 국민은행 연구소 과장은 "1998년엔 전 지역의 집값이 떨어졌지만 올해는 버블세븐과 주요 신도시 등 인기 지역 위주로 하락한 데다 단기간에 급락해 사람들이 느끼는 충격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시장 패러다임 바뀌나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깨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강남불패신화와 신도시에 대한 믿음이 붕괴되고 부동산 상품의 가격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집값은 과거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급등했고 아파트는 사실상 금융상품처럼 변했다"며 "갈수록 집값 변동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