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 … 임대주택 갈등 속 '반쪽 집들이'

집값이 대부분 10억원을 넘는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반포주공 3단지) 아파트가 17일 입주 직후부터 '이름도 없는 아파트'가 될지도 모르게 생겼다. 임대아파트 건립 부담금 문제를 놓고 맞서온 시공사와 조합원들의 마찰 때문이다.

17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반포자이 재건축 조합원 300여명은 조합을 상대로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에 아파트 이름인 '반포자이'에 대한 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들은 서초구청에도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 사용을 보류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법원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정식 소송이 끝날 때까지 반포자이라는 명칭 사용은 금지된다. 이미 아파트 여기저기에는 'GS자이'라는 로고가 새겨 있다.

조합원들이 아파트 이름을 반포자이라고 부를 수 없도록 하려는 이유는 임대아파트 건립부담금 배분 갈등에서 비롯됐다. 반포주공3단지(3410가구)는 개발이익환수제에 따라 늘어난 용적률의 10%인 419가구의 아파트를 일반분양하지 말고 서울시에 임대아파트용으로 건축원가만 받고 팔아야 한다. 조합은 임대아파트를 서울시에 줄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지만 졌다.

일반분양 계획이 무산되면서 발생한 부담금 852억원을 놓고 조합원과 시공사가 부담 비율에 합의하지 못했다. GS건설은 50%를 내겠다고 했지만 일부 조합원은 수긍하지 못하고 결국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사용을 금지하는 방법까지 동원하게 됐다.

가처분신청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보통 한두 달 정도 걸리며 법원이 허락하면 본안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반포자이란 이름을 쓸 수 없게 된다. 일단 임시사용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만약 조합원들이 임시총회를 열어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향후 예상되는 소송에서 이기면 최악의 경우 반포자이는 이 단지에서 사라진다.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법적으로만 보면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아파트 이름을 바꿀 수 있다"며 "다만 시공사는 물론 집주인끼리도 이해관계가 달라 뜻을 쉽게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포자이 명칭을 원하는 GS건설이나 다른 일반분양자와 조합원들이 맞소송을 낼 수도 있기 때문.

GS건설은 반포자이 사용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허가 결정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분양계약서 등에 반포자이를 명기했고 이미 시장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데 무슨 수로 사용을 금지하냐는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가처분신청은 임대아파트 부담금 부과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압박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자이는 임대아파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바람에 정식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채 임시 사용승인을 받아 이날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정식 사용승인이 떨어져야 이전고시를 한 뒤 아파트 주인들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으나 임시 사용승인 상태에서는 사고 팔 수 없다.

조합원 물량은 물론 일반분양 아파트도 재산권이 묶이게 된다. 일반분양을 받은 한 집주인은 "그렇지 않아도 전세 수요가 없어서 세입자를 찾기 힘든데 명의이전까지 안 된다고하니 누가 찾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GS건설에 따르면 입주 첫날인 17일에는 48가구가 집들이를 했다.

임대아파트 문제는 SH공사가 공급하려던 반포자이 장기전세아파트(시프트)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SH공사 관계자는 "임대아파트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급할 수 없다"며 "연내 공급하려고 했지만 내년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최민지 인턴(한국외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