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중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하이브리드채권 발행 한도를 두 배로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내년 1월 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Tier1)비율을 9%로 높여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은행 부실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BIS 자기자본비율이 8%가 넘더라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하이브리드채 발행 한도 두 배로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기본자본의 15%로 제한된 하이브리드채권의 발행 한도를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채권은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면서도 만기가 30년으로 길어 주식처럼 기본자본의 15% 범위 내에서 기본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18개 시중은행의 기본자본은 100조원가량(9월 말 현재)으로 15조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을 찍을 수 있다. 현재 발행된 규모는 5조원 정도로 10조원가량의 여력이 남아 있다. 문제는 신한ㆍ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이 이미 한도를 다 채워 발행이 어렵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은행장들은 지난 8일 정부에 하이브리드채권 발행 한도를 30%로 높여줄 것을 건의했다. 이 경우 은행들은 15조원 이상의 하이브리드채권을 더 찍을 수 있게 된다.

하이브리드채권 발행한도는 바젤위원회의 기준으로 우리만 바꿀 순 없다. 다만 지난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대다수 유럽국가들이 하이브리드 한도를 기본자본의 20~50%까지 높여 놓은 상태다. 그렇지만 한도를 높이려면 유럽국가들처럼 기존 하이브리드채권의 스텝업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걸림돌이 있다. 스텝업은 하이브리드채권의 만기가 30년 이상인 만큼 발행한 뒤 10년이 지나면 한 차례 금리를 1%포인트가량 올려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연기금 국책은행 등의 자금으로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조성,은행 후순위채와 상환우선주 등을 사들여 은행 자본확충을 돕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BIS 8% 넘어도 공적자금 투입

정부는 또 은행이 부실화되기 전에 공적자금을 넣을 수 있도록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법에서는 은행 자기자본비율이 8% 밑으로 떨어져 '부실은행'이 돼야 공적자금 투입이 가능한 만큼 사전 예방적 자본투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제적 은행 자본확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법을 금융위원회가 나서 정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비상경제입법을 만들어 공적자금 투입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은 10월 초 긴급경제안정화법(구제금융법ㆍEESA)을 입법해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일본은 금융사가 부실해지기 전에 공적자금을 넣을 수 있도록 지난 3월 말 만료된 금융기능강화법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