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제로금리로 갈까.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0~0.25%로 낮추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은이 제로금리를 선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기축통화(달러화)국인 미국이나 준기축통화(유로화와 엔화)국인 유럽 일본과 달리 신흥시장국가가 기준금리를 0%대로 가져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다. 0%로 떨어지면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채권을 내다 팔 우려가 높고 원화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도 "한국은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며 "미국이 제로금리로 간다고 한국도 똑같이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제로금리에 들어서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가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 특히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데다 유동성 경색이 지속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는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유동성 함정이란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금리가 충분히 반응하지 않아 통화정책이 무력화되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어느 정도까지 떨어져야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은 안팎에선 연 2% 정도로 보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3%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정도 더 내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발권력을 동원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기준금리 조절 정책만으로는 시장금리를 충분히 떨어뜨리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한은의 양적 완화 정책은 금융회사에 단기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제한적'인 수준에 맞춰져 있다. 국고채나 은행채를 환매조건부(RP)로 매입하거나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공개시장 조작 때 시중 유동성 흡수 규모 축소,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은 아직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양적 완화로 전면 전환할 필요성은 낮지만 금리정책의 효과를 보완하기 위해 지금보다 양적 완화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