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 단풍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어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들것네."('오-매 단풍들것네'중)

김영랑 시인(1903~1950년)의 이 시 속 누이가 감잎을 보고 "어머 단풍들었네"라고 말했다면 시가 주는 '가을 냄새'는 아마 절반쯤 줄었을 것이다. 이렇게 흙 냄새가 살아있는 '토박이말'로 된 시 151편을 가려 묶은 토박이말 시집 <니 언제 시건 들래?>(시로여는 세상)가 출간됐다.

한국시인협회가 현대시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엮어낸 이 시집에는 작고 시인 28명을 비롯한 151명 시인들의 토박이말 시가 지역별로 나뉘어 수록됐다.

"너 언제 철 들래?"라는 뜻인 이인원 시인의 표제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시에는 그 지역 출신이 아니라면 주석을 보지 않고는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억센 사투리들로 가득 차 있다. 토박이말들이 주는 '말맛'은 지역별로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어머니'에 대해서 충남 당진 출신의 이근배 시인은 '울 옴마'('나승갱이꽃'),경남 함양 출신의 허영자 시인은 '어무이'('어무이'),전남 곡성 출신이 김영박 시인은 '어매'('오매야,오매야'),서귀포 출신의 한기팔 시인은 '어멍'('숨비소리')으로 부른다.

오탁번 회장은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으로 상처난 우리 모국어를 되살리고 토박이말로 시를 쓰는 것은 시인이 짊어진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집 말미에는 문학 속 토박이말에 대한 문학평론가 유종호와 고형진의 대담도 수록됐다. 318쪽.1만2000원.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