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대한항공 등 시총 상위주도 강세
건설株 금융시장 안정에 무더기 상한가

환율이 사흘 연속 달러당 1300원대에 머무르자 환율 안정 수혜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외환위기 분위기에서는 벗어났다'고 선언함에 따라 환율 급등 피해 업종 대표주들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을 수 있도록 회계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이들 종목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 급등의 가장 큰 피해주였던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관련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금융시장 안정과 잇단 경기부양책의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로 건설주가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환율 안정 수혜주 부상

15일 원·달러 환율은 5원50전 하락한 1367원을 기록하며 1360원대로 내려왔다. 이달 들어 지난 5일(1475원)을 정점으로 열흘 새 100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지난 주말 한·중·일 통화 스와프(맞교환) 협정 체결에 이어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외환위기 분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언급한 것이 환율 안정의 기폭제가 됐다.

환율이 안정을 되찾자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포스코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4~10% 오르며 강세를 이끌었다. 주가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던 환율이 안정을 찾아감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장기적인 환율 안정 수혜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환율은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내년엔 1200원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이라며 "환율 안정 관련주에 장기적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표적인 종목으로 대한항공을 꼽았다. 외화 부채가 많아 현재 재무상태는 좋지 않지만 환율 안정으로 영업이익이 급속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고 달러로 결제하는 음식료,철강,석유정제 등의 업종 대표주들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환율 급등과 세계적인 경기 하락에 따른 부담으로 급락했던 포스코와 한국가스공사 등의 주가는 저점 대비 60% 이상 상승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진우 농협선물 부장은 "환율이 내리면 주가가 오르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모두 60일선을 여하히 돌파하느냐가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수 60일선인 1170선을 상향 돌파하고,환율은 60일선인 1340원선을 깨고 내려와야 환율 안정 수혜주들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KIKO 피해 실적개선주 다시 봐야

환율 안정의 대표적 수혜주는 키코 관련주다. 3분기까지 손실은 확정됐지만 향후 환율이 안정되면 손실이 급속히 축소되고 정부의 회계기준 완화 수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평가에 따라 이날 키코 관련주들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제이브이엠대양금속이 각각 7.23%,7.19% 급등했고 현진소재(6.25%) 우주일렉트로닉스(2.43%) 성진지오텍(2.30%) 엠텍비젼(1.40%) 등도 강세를 보였다.

이들 키코 피해주는 대부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지난 10일과 11일에도 급등세를 보였다. 성진지오텍은 10일 상한가에 이어 11일 11.74% 급등했고 제이브이엠도 이틀간 24.36% 올랐다.

최광혁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하락에도 4분기 환율은 3분기에 비해 높은 수준이어서 키코 피해주들이 추가 손실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내년부터는 환율이 정상화될 것이란 예상이 많아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키코 관련주들의 현재 주가는 부도 리스크까지 감안된 수준이기 때문에 생존이 확실시되면 실적 개선주를 중심으로 탄력있게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키코와 관련해 4분기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해보이지만 내년부터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주 동반 강세

환율과 금리가 동반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유동성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설업체들이 무더기 상한가로 치솟았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대형주는 물론 두산건설 태영건설 경남기업 등 중소형주도 대거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건설업종 지수는 이날 13.59% 급등한 176.02를 기록해 지난 11월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이 급속히 안정된 데다 정부가 4대강 프로젝트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을 중심으로 내년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등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하겠다고 나선 것이 건설주 상승을 뒷받침했다.

한상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4대강 개발사업으로 경기 부양 기대감이 커지면서 건설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외국인이 환율 하락에 베팅하며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실세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준/조진형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