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집 임대의무기간 내 팔면 세금 '덤터기'

정부가 지방의 주택수요를 늘리겠다며 임대주택사업 요건을 완화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사업 의무기간(5~7년) 동안 기존 주택을 처분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대수입을 기대했다가 자칫하면 양도세 '날벼락'을 맞을 수 있어 주택매입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이 모씨는 대구에서 주택을 매입,임대사업을 하려고 나섰다가 얼마 전 뜻을 접었다. 주택보유기간이 20년 이상이고 1주택자인 이씨는 12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자신의 집을 지금 팔 경우 양도세를 300만원 정도 내면 되지만 임대사업 의무기간 내에 처분하면 22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씨는 "집을 한 채만 사도 임대사업을 할 수 있다길래 여윳돈으로 투자를 해 보려 했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며 "한 달 월세수입을 100만원 정도 예상하고 시작하려 했는데 2년치 임대료를 날릴 수도 있다고 하니 겁이 나서 하겠냐"고 말했다.

임대사업을 하면 해당 주택을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제외해 주고 의무사업 기간이 지나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포함시키지 않는다. 꼬박꼬박 임대수익을 받으면서 5~7년 뒤에는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도 일반세율로 과세하니 주택수요 진작에 한 몫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하고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6·11대책과 8·21대책을 내놓고 임대주택사업 진입장벽을 대대적으로 낮췄다.


임대사업을 위해 필요한 최소 가구를 다섯 채에서 한 채로 줄였고 의무 임대기간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였다.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는 5년만 임대하면 된다. 임대가능 주택의 크기는 전용면적 85㎡ 이하만 가능했으나 전용 149㎡로 확대했다. 예전에는 집을 팔 때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3억원을 넘으면 안 됐지만 이제는 기준이 매입 당시 3억원 이하로 바뀌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양도세 문제는 손을 대지 않았다.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 혜택을 빠트린 것이다. 기존 주택이 한 채인 경우는 임대사업을 할 때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이 80%에서 30%로 줄어든다. 앞서 이 모씨가 22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하는 이유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을 두 채 갖고 있다면 임대사업용 주택이 가구 수에 포함돼 먼저 파는 집에 대해서 양도세가 60% 부과된다. 정부가 양도세를 6~33%(2주택자) 또는 45%(3주택자)로 내려주지만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어서 집을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신규 임대사업자에게 도움이 되기는 힘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임대사업자용 주택에 대해 양도세제상 혜택을 주면 일반 다주택자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다"며 "기존 주택의 양도차익이 많으면 임대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임대주택사업 요건을 완화했을 때 기대했던 효과를 보려면 사업자의 주택 수를 계산할 때 임대사업용을 따로 취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 은행 PB 세무담당자는 "임대사업을 하게 될 경우 양도세 증가를 우려한 사람들이 지방 주택 매입을 꺼리고 있다"며 "과거에도 조세제한특례법에 따라 임대사업용 주택을 별도로 분리하는 법이 있었던 만큼 요즘 같은 집값 하락기에도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