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한은 공조…외화비상금 900억弗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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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비상시에 꺼내 쓸 수 있는 외화주머니가 두둑해졌다. 일본 및 중국과 합의한 통화스와프 규모가 각각 300억달러여서 이미 체결된 한ㆍ미 통화스와프 300억달러까지 합치면 3대 경제대국에서 총 900억달러를 확보했다.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에다 이 같은 '제2선 보유액'까지 얻어 외환시장도 심리적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외교적으로 소원했던 아시아 3국이 금융위기 상황을 맞아 손을 맞잡았다는 의미도 크다.
한은은 12일 일본은행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기존 130억달러 상당에서 300억달러 상당,중국인민은행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기존 40억달러 상당에서 300억달러 상당으로 각각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한ㆍ일 통화스와프의 경우 평상시 엔화로 인출할 수 있는 규모를 3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확대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같은 위기시 달러로 인출할 수 있는 규모를 100억달러로 유지했다. 한ㆍ중 통화스와프의 경우 평상시 위안화로 인출할 수 있는 260억달러를 새로 추가했고 위기시 위안화로 인출할 수 있는 규모를 40억달러로 유지했다.
일본은 당초 한ㆍ일 통화스와프 확대에 유보적인 입장이었지만 아소 다로 총리가 동북아 전략 차원에서 전향적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중국하고만 통화스와프를 확대할 경우 동북아 공조에서 일본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도 한국이 엔화와의 통화스와프만 확대하는 상황을 우려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확대된 통화스와프가 모두 엔화와 위안화로만 인출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본과 중국 모두 이번 기회에 자국 통화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복안을 드러낸 셈이다. 특히 최근 '엔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은 한국이 엔화를 받아간 뒤 달러화로 바꾸기 위해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도하면 엔화가치가 다소나마 절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에서 '환율 방어용'으로 쓸 수도 없지만 한국의 외화 안정망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는 상당히 큰 도움을 줄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가 안정되고 외화조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국 및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는 정부와 한은의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 이후 한ㆍ중ㆍ일 재무장관 회의 등을 통해 측면 지원에 나섰고 한은에선 한ㆍ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이끈 이광주 부총재보가 중국 일본의 중앙은행과 끈질기게 접촉해 성과를 이끌어냈다.
한편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중국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가 급락 등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14원 오른 1372원50전에 마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용어풀이>
◆통화스와프=두 나라가 보유 통화를 맞바꾸는 것을 말한다. 양국 통화를 맞바꾸는 것이 원칙이지만 때로는 자국통화를 내준 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달러화나 유로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한ㆍ미 통화스와프는 원화와 달러를 교환하지만 한ㆍ중 및 한ㆍ일 통화스와프는 원화와 달러 위안화 엔화가 교환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