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흡혈귀)가 인간보다 훨씬 근사하다. 눈부시게 하얀 피부와 고혹적인 눈매를 지닌 사내는 더 이상 인간의 피를 빨지 않고,오히려 초능력으로 여자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게다가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며 고급 주택에서 산다. 허름한 집에서 낡은 트럭을 몰고 다니는 여자가 그에게 끌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녀는 마침내 그와 함께 하기 위해 뱀파이어가 되기를 열망한다.

캐서린 하드윅의 '트와일라잇'은 어둠에 갇혀 있던 뱀파이어를 환한 세상으로 이끌어냈다. 인간과 적대적 관계에서 화해와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해 뱀파이어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서구 문화에서 여성의 가녀린 목에서 피를 빨아온 뱀파이어는 원래 여성들의 성(性)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캐릭터였다. 거기에는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가 공존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두려움을 걷어내고 여성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성적 판타지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날로 개방되고 있는 현대인의 성적 풍속도에 어울리는 설정이다. 전 세계에서 1700만 부 이상 팔린 스테프니 메이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미국에서도 10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주인공 역 에드워드 컬렌과 이사벨 스완은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에 고무된 제작사 서밋 엔터테인먼트는 속편 '뉴 문(New Moon)'을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