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연말청산 마무리 … 3393억 순매수
11일 '네마녀의 날' … 프로그램 매매 변수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증시가 나흘째 '깜짝 상승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반등이 얼마나 이어질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연말 청산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외국인 매물 부담이 줄어든 데다 미국과 중국에서 경기부양책 등 잇달아 호재가 나오고 있는 점도 추가 반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11일로 다가온 주가지수 및 개별주식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인 '네 마녀의 날'(쿼드러플 위칭데이)과 주가 반등에 따른 펀드 환매 우려 등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기일과 펀드 환매가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건설사 등의 부실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경기 침체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긴장의 끈을 풀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매수세 이어지며 깜짝 상승

10일 코스피지수는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1%가량 상승 출발했다. 낮 12시께 미국 백악관과 민주당의 자동차 '빅3'에 대한 지원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폭을 키워 3.62% 오른 1145.87에 장을 마쳤다.

미국발 호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장 초반 사흘 만에 매도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은 자동차 지원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순매수로 돌아서 장이 끝날 때까지 매수 강도를 더해갔다. 지난 9월29일(4725억원) 이후 최대인 3393억원을 순매수했다.

임경근 ABN암로 상무는 "이번 금융위기가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대공황이나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외국인이 많다"며 "특히 주가가 리스크를 지나치게 많이 반영했다는 사실과 최근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도 "최근 증시를 주도해 온 개인에서 사흘째 순매수를 보인 외국인으로 무게중심이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잇단 경기부양책도 반등의 동력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25일 8000억달러를 투입키로 결정하면서 국내 증시는 나흘 연속 상승했다. 이어 지난 주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신뉴딜 정책'을 밝히면서 국내 증시도 연일 올랐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미 자동차업계 지원 소식까지 전해져 미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이어 구조조정 효과까지 더해진 '3박자 호재'로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중국이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것도 긍정적 요인이란 지적이다.

◆반등 지속엔 제약도 많아

동시 만기일인 11일이 1차적인 고비로 다가왔다.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선물을 팔면서 현물주식을 사는 것) 잔액이 1조원 정도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지수 선물 3월물로 많은 물량이 이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차익거래 청산 물량이 쏟아지더라도 연말 배당을 겨냥한 비차익거래가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전체 프로그램 매물은 시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수 상승에 따른 펀드 환매 압력도 불안 요인이다. 하지만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 투자자들이 지수가 이 정도 올랐다고 해서 환매를 서두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투신권의 현금 비중도 충분하기 때문에 펀드 환매 압력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 치유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디까지나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과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과거 '베어마켓 랠리'(경기 침체 속 반짝 상승) 국면과 비교해보면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 대우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1996년 이후 총 5차례 베어마켓 랠리의 평균 반등률은 22%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지난달 저점에 적용할 경우 코스피지수 단기 고점 추정치는 1160선이며,최고 반등률인 26%로 계산하더라도 1200선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장경영/서정환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