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남았어요. 코트와 화장품 등 4만엔 상당의 상품이 담긴 이 '후쿠부쿠로(福袋.복주머니)'를 단돈 5000엔에 모십니다. "

매장 한복판 사다리를 올라탄 백화점 직원이 목청껏 외치자 수십명의 고객이 우르르 몰려 복주머니 쟁탈전에 가세한다.

새해가 되면 미쓰코시(三越).이세탄(伊勢丹) 등 일본 주요 백화점마다 이런 진풍경이 연출된다. 1월1,2일 백화점마다 정상가격보다 50~70% 싼 상품을 담은 '후쿠부쿠로'를 쏟아내며 연초부터 고객 지갑열기에 나서기 때문.이월 상품 처리와 고객 유치를 위해 벌이는 이벤트이지만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후쿠부쿠로'의 가격은 5000엔부터 20만엔까지 다양하다. 각 매대에 가격만 적혀 있을 뿐 밀봉된 주머니 안의 내용물을 들여다볼 수 없다. 한마디로 '묻지마 쇼핑'이다. 그럼에도 한정 수량에 가격이 워낙 싸 인기 브랜드의 '후쿠부쿠로'를 건지려면 한바탕 몸싸움을 벌여야 한다. 심지어 1년 쓸 백화점 쇼핑 비용을 이날 거의 소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본 279개 백화점의 지난 9월 매출은 1년 전보다 4.7% 감소했다. 내년에는 경기가 더 나쁠 것이란 전망에 비상이다. 때문에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집짓기 플랜,1일 역장 역임권,골프 레슨권 등 이색 '후쿠부쿠로'를 준비하고 있다.

도쿄 신주쿠의 이세탄 본점은 3000만엔(약 4억7000만원,2세대 한정)짜리 '환경을 보호하는 집짓기 플랜' 등이 들어 있는 '후쿠부쿠로' 2300점을 5000~20만엔에 내놓는다. 도부(東武)백화점 이케부쿠로점은 '도조센(東條線) 이케부쿠로역 부모와 함께 1일 역장권'(5000엔,5개)과 프로 골퍼에게 5회 레슨을 받는 '미래의 챔프'(5만엔,5개) 등을 넣은 '후쿠부쿠로' 3000점을 1만~10만엔에 판매할 예정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