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잡화.식음료까지 샘플로 고객끌기

"한 달간 쓰실 샘플을 드려볼게요. "

최성진 롯데홈쇼핑 뷰티팀장(40)은 아모레퍼시픽 한방 샴푸 '려'의 구입 문의 전화를 받자 이같이 응답했다. 보통 샘플 용량이 몇 번 쓰다 말 정도인데 '려'의 샘플은 200g에 달해 한 달은 족히 쓸 수 있다. 최 팀장은 "요즘 같은 불황에 8만9000원짜리 고급 샴푸를 선뜻 사기란 힘든 일"이라며 "용량이 커진 샘플을 충분히 써본 뒤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하루 판매량이 예전보다 3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군불을 지피기 위한 '샘플 마케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공짜 샘플을 통해 고객의 관심을 유발하고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이다. 유통가에선 주소비층에게 샘플을 체험하게 해 입소문과 매출 효과를 노리는 '트라이버타이징(tryvertising)'(노력(try)+광고(advertising))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샘플족 모이세요

이마트는 식음료 잡화 등 신상품의 샘플 마케팅 일환으로 '뜨는 상품 무료증정' 추첨행사를 한두 달에 한 번씩 연다. 행사 때마다 상품군이 바뀌는데,지난달 화장품.샴푸 샘플 무료증정에선 당첨률이 약 50%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김예철 신세계 포인트팀장은 "전단지를 통해 신상품을 알리는 것보다 제품을 써보고 구매할 수 있어 좋다는 고객들이 많다"며 "샘플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이달에는 식음료 행사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포인트카드 회원이면 신세계닷컴을 통해 응모할 수 있다.

연회비 2만원만 내고 매주 신상품 샘플을 5~10개까지 가져다 쓸 수 있는 신종 점포도 등장해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9월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에 문을 연 '샘플랩'은 가격이 2000원부터 1만원대인 제품 40여종이 구비돼 있다. 2주마다 모두 신제품으로 교체되며 고객은 매주 한 차례 샘플을 가져갈 수 있다.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해 상품 사용후기를 올려야 살 수 있다. 일본 무공해 커피 'UCC커피'처럼 아예 신제품을 이곳에서 첫선을 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온라인은 샘플 천국

롯데닷컴은 지난달 아예 샘플 전용 화장품 매장인 '뷰티 테스터존'을 열었다. 매월 초 국내외 200여종의 최신 뷰티 상품(3만~7만원대)을 골라 샘플 체험의 기회를 준다. 사이트에서 샘플을 받고 싶은 제품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응모가 되고 당첨되면 해당 상품을 무료 배송해준다.

옥션은 '무한 샘플의 혜택' 이벤트를 오는 13일까지 진행한다. 간단한 게임을 통해 '교촌치킨'(1마리.1만3000원) 1만마리와 '이자녹스 폼클렌징'(1개.5000원) 3500개,'메이블린 마스카라'(1개.7000원) 5000개 등 12가지 샘플권을 받을 수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