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하이닉스 관련 발언으로 곤경에 처했다고 한다. 듣기에 따라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말을 공개석상에서 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닉스 관련 대책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은행 주주단 중심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하이닉스를) 직접 지원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걸리게 돼 있다"며 주주단 중심의 대응방안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대안을 내놓겠다"고 답했다. '정부 대안'이란 이 대목이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 대안'을 '정부의 간접 지원'으로 해석했다. 특히 반도체업계에선 이 발언이 국제적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최근 5~6년 동안 상계관세 문제로 고생한 것이 사실이다. WTO는 정부가 기업에 부당한 보조금을 줄 수 없도록 정해놓고 있는데,2002년 이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하이닉스에 대해 채무를 조정해 준 것이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급이라고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주장했다. 결국 제소로 이어졌다. WTO는 지난해 말 부당 보조금이 아니기 때문에 상계관세 부과가 철폐돼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하이닉스와 채권단은 그간 적잖이 마음을 졸였다.

이 장관은 '정부 대안'에 대한 해석이 과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는 8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선 "정부는 하이닉스에 직접 개입하거나 지원할 계획이 없으며 이는 기본적으로 주주단에서 결정할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장관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어느 나라도 환율을 시장에만 맡겨두는 곳은 없다"는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시장에선 정부가 적정한 환율 목표를 정하고 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장관은 지금의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억울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일국의 장관은 이런 점까지도 고려해 부적절한 말을 삼가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