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세금 무서워 처분했던 사람들 오히려 희색

1~2년 전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팔았던 사람들이 요즘 웃음짓고 있다. 이들은 당시 경제적인 문제 등 개인 사정이나 세금,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등 부동산 규제 때문에 시세에 비해 싸게,또는 향후 집값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집을 처분하며 눈물을 머금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올 들어 고꾸라지면서 결과적으로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은 셈'이 됐다. 이에 따라 부동산 업계에서는 '부동산투자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요즘이 투자자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며 "그동안 손실을 봤어도 투자 타이밍을 잘 잡는다면 이 역시도 새옹지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례 1. 조합원 실거주 원망했었는데

직장인 A씨(56)는 요즘 '새옹지마'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와 세금 때문에 집을 팔았던 그는 최근 집값이 급락하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A씨는 경기도 성남 분당구 서현동의 한 아파트에 살면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던 송파구 잠실주공4단지(현재 레이크팰리스) 조합원 물량을 샀다.

그는 조합원 지위양도를 통해 시세차익만 보고 빠지려고 했으나 법 개정으로 지위양도가 금지된데다 조합원 실거주 의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006년 12월 재건축 완료 후 레이크팰리스로 이사했다. 일시적 1가구2주택자가 된 그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당시 8억원 수준이던 분당 아파트를 5000만원가량 싼 7억5000만원에 급히 팔았다. 현재 분당 아파트 시세는 5억원대 후반으로 떨어진 상태.5000만원을 아끼려고 했으면 양도세 중과 부담에다 1억5000만원 이상의 가격 손실을 볼 뻔했던 셈이다.

#사례 2. 자녁 유학비 대느라 싸게 팔았는데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K씨(53)는 '무주택'이 행복하다.

그는 지난해 봄 송파구 가락동 시영1차 49㎡형(15평형) 아파트를 6억5000만원에 팔았다. 시영1차는 당시 재건축 사업이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는 등 탄력을 받아 추가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K씨는 그러나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두 아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도를 택했다. 그로부터 약 1년반이 지난 현재 시영1차 49㎡형은 4억3000만원으로 떨어졌다. K씨는 '그때 집을 팔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오싹함을 느낀다.

#사례 3. 잔금 없어 경매보증금 날렸더니

부동산 경매시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을 낙찰받았다 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 인수를 포기해 보증금을 몰수당했지만 나중에 해당 부동산이 보증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경우다. 경매는 응찰 시 보증금 10%를 내고 낙찰이 되면 통상 45일 이내에 잔금 90%를 내야 한다. 만약 잔금을 내지 못하면 보증금은 몰수되고 해당 물건은 재매각(낙찰대금 미납으로 다시 경매에 부치는 것) 절차에 들어간다.

실제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삼성아파트 전용면적 137㎡짜리는 지난 7월 9억50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납부기한인 8월 말까지 잔금이 지불되지 않아 11월 재매각,1억5400만원 낮은 7억5100만원에 낙찰됐다.

보증금은 9억500만원의 10%라고 해야 9000만원 정도지만 가격은 이 액수의 1.7배 수준 떨어진 셈이다. 동작구 신대방동 벽산 아파트 전용면적 60㎡짜리도 지난 9월 2억7901만원에 낙찰됐지만 잔금 미납으로 지난달 다시 경매돼 4556만원 낮은 2억3345만원에 낙찰됐다.

임도원/이호기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