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형의 형 건평씨 구속으로 '참여정부 게이트'의 중심축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쪽으로 넘어갔다. "탈세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만 수사 대상"이라는 검찰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수사가 정ㆍ관계 로비의혹 쪽으로 갈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박연차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어 건평씨 건보다 파장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이번 주 후반 예상되는 박씨 소환을 앞두고 박씨의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탈세,미공개 정보이용 등 각종 의혹

박씨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세종증권 주식 매매 △세종증권 주식 차명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헐값 인수 △홍콩법인을 통한 200억원대 조세포탈 등으로 추릴 수 있다.

7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5년 6월 본인 명의와 회사 관계자 등 차명으로 세종증권 주식 100억원어치를 매입했으며 같은 해 12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양해각서 체결 직전에 내다팔아 총 178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 회장이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와 소득세 탈루 부분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회장은 2006년 7월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휴켐스 인수 6개월 전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박 회장은 애초 응찰액인 1777억원보다 322억원 적은 가격에 휴켐스를 인수했다. 검찰은 당시 휴켐스 매각을 주도한 농협 임원들을 소환해 휴켐스 매각 과정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박 회장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도 탄력을 받고 있다. 검찰은 태광실업 등 임원들을 소환해 수백억원대 배당소득세 및 법인세 탈루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 '박연차' 리스트 확보했나

여의도 정가에는 박 회장이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에게 금품이나 로비자금을 전달했고,이들의 실명이 기재된 리스트를 검찰이 살펴본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국세청이 태광실업을 세무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연차 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자료를 확보해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공식 입장은 "리스트 같은 것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넘겨받은 것도 없다"(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무엇보다 박 회장의 그동안 행보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박 회장은 2002년과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정무팀장이었던 안희정씨에게 7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며, 2006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에게 회사 직원과 가족명의로 300만~500만원씩 후원한 바 있다. 2002년 대선 직전까지는 한나라당 재정위원을 지내면서 특별당비 10억원가량을 내기도 하는 등 여야 정치인을 상당수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박 회장의 계좌를 추적하다 불법적인 돈의 흐름이 포착되는 순간 수사가 정ㆍ관계 로비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