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세부 실사가 대우조선 노조의 저지로 3주일째 지연되고 있다. 양측 간 신경전이 장기화함에 따라 대우조선 인수 절차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화는 당초 지난달 17일부터 세부 실사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대우조선 노조가 고용 보장과 종업원 보상 등을 요구하며 서울 본사와 옥포 조선소 실사를 저지,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이달 29일로 예정된 인수 본계약까지 남은 시간을 감안할 때 한화가 본계약 전까지 3~4주의 세부 실사 기간을 모두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화와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 측은 이와 관련,"노조 저지로 본계약 전까지 실사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본계약 후 내년 3월 인수대금 완납 전까지 추가 세부 실사와 가격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협약이 맺어져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주간 한화,산은,노조 간 직·간접적으로 협상이 이뤄졌지만 정작 한화와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서 직접 만난 적은 없다. 노조 측에선 한화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화 측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우선협상자 신분인 한화가 노조와 직접 만나 합의했을 경우 이 내용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매각 주체인 산은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우선 걸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사태 장기화로 약해지고 있는 투쟁 동력을 살리기 위해 총파업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