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홀인원을 하면 당사자는 물론 동반자까지 신난다. 당사자야 1만2000분의 1 확률 게임에 당첨된데다 '3년간 운수대통'이란 부상을 얻으니 기쁜 게 당연지사고,동반자들 역시 행운의 인물에게 선물도 받고 '1년간 재수 좋음'이라는 덤까지 챙기니 좋지 않을 리 없다.

모두 행복해지니 웬만큼 언짢은 일이 생겨도 그까짓 것 하며 웃고 넘어간다. 함께 운동한 다른 팀이 있었다면 그들 역시 덩달아 즐겁고 얘기를 듣는 이들의 가족과 친지 또한 감탄하며 깔깔거린다. 행운의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기대하면서.행복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다.

홀인원처럼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 다들 모임에서 작은 경품 하나만 타도,처음 만난 사람이 친절하게 굴어도,칭찬 한마디만 들어도 어깨를 펴고 웃음을 터뜨린다. 재채기와 사랑은 감출 수 없다지만 숨기기 힘든 건 행복감도 같다. 행복하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표정과 말투 모두 곱고 부드러워진다.

행복의 이런 전염 효과가 수치로 산출됐다는 소식이다. 하버드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분교팀이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 주민을 대상으로 20여년간 행복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행복감이 15.3% 오르고,그의 친구만 알아도 9.8% 높아지더라는 것이다.

전이된 행복감은 1년 쯤 지속됐다고 한다. 우연이겠지만 홀인원 동반자의 행운 유효기간이 1년이라는 것과 묘하게 들어맞는 셈이다. 단 이런 행복 바이러스가 직장에선 잘 퍼지지 않았다고 한다. 경쟁 관계에서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행복 바이러스의 기본 인자는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는 여유와 너그러움이다. 행복감의 원천은 누군가 혹은 어딘가로부터 인정받고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다. 가슴에 이런 느낌이 스며들어야 남을 돌아보고 격려할 수 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없는 이유다.

몸도 마음도 스산한 계절이다. 가족,친구,회사,세상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타박할 게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질 방법은 없는지,내가 먼저 그들을 행복하게 할 순 없는 궁리해볼 일이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고,일단 퍼뜨리다 보면 바이러스가 돌고 돌아 내게도 전염될 테니.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