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젠틀맨' 레미 본야스키가 통산 3회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찜짬하다. '악동' 바다 하리가 끝내 못된 성질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격당해 레미 본야스키에게 월드 그랑프리 우승컵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레미 본야스키는 6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2008 파이널' 결승전에서 바다 하리의 비신사적인 반칙 행위로 인한 실격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8강과 4강에서 제롬 르 밴너와 구칸 사키를 잇따라 꺾고 결승에 오른 본야스키의 상대는 피터 아츠와 애롤 짐머맨을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한 바다 하리. 지난해 월드그랑프리 8강전에 한차례 맞붙어 본야스키가 하리에게 판정승을 거두기도 했다. 때문에 하리는 본야스키에 대한 악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두 선수는 결승전이니 만큼 사뭇 진지한 탐색전 부터 시작했다. 서로 가드를 단단히 한 채 견제하면서 신중한 플레이를 펼친 두 선수 가운데 먼저 포인트를 획득한 쪽은 본야스키였다. 본야스키는 1라운 2분여가 지난 시점에서 순간적으로 레프트 펀치를 하리의 안면에 적중시키며 다운을 한 차례 빼앗으면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이 다운으로 하리가 이성을 잃었다. 하리는 1라운드 종이 울렸는데도 본야스키 바디에 원투 펀치를 날리는 등 흔들리기 시작했다.

2라운드 들어 하리는 시작 공과 함께 본야스키에게 거칠게 달려들었고, 본야스키는 가드를 올린 채 방어를 공고히 했다. 그 순간 사건이 터졌다. 온 몸에 힘이 한껏 들어간 하리는 본야스키에게 달려들어 마치 테이크다운을 빼앗듯 메쳐버렸고, 이후 넘어진 본야스키에게 카운트 펀치와 스텀핑 공격을 날렸다.

가쿠다 주심이 이를 급하게 말렸지만 하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성질을 다스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이후 가쿠다 주심은 본야스키가 닥터 체크를 받는 동안 반칙성 행위로 바다 하리에게 옐로카드를 선언했지만 하리는 또 다시 분을 참지 못하고 본야스키 세컨들과 말다툼까지 벌이는 악동스런 모습을 나타냈다.

주최측은 본야스키가 충격에서 회복되기를 기다렸지만 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발로 밟한 본야스키는 제 컨디션을 되찾을 수 없었다.


결국 가쿠다 주심은 "이렇게 훌륭한 결승전 무대에서 반칙성 행위를 범한 바다 하리 선수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레드 카드를 뽑아올렸다.

바다 하리의 실격패로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우승을 달성한 본야스키는 어이없는 상황에서 우승컵을 들게 됐고, 분한 듯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명승부로 이어지던 K-1월드그랑프리는 마지막 순간 완전히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면서 대회의 명성과 지위에 치명적인 상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K-1 월드 그랑프리 2008 경기 결과

[8강 1경기] 피터 아츠 vs. 바다 하리
바다 하리 2라운드 1분 28초 TKO승

[8강 2경기] 에롤 짐머맨 vs. 에베르톤 테세이라
에롤 짐머만 2:0 판정승

[8강 3경기] 루슬란 카라예프 vs. 구칸 사키
구칸 사키 3:0 판정승

[8강 4경기] 제롬 르 밴너 vs. 레미 본야스키
레미 본야스키 부상 기권승

[리저브 매치] 최홍만 vs. 레이세포
레이세포 3:0 판정승

[리저브 매치] 맬빈 맨호프 vs. 폴 슬로윈스키
맬빈 맨호프 1회 TKO승

[4강전 1경기] 바다 하리 vs. 에롤 짐머맨
바다 하리 3회 KO 승

[4강전 2경기] 레미 본야스키 vs. 구칸 사키
레미 본야스키 2회 KO승

[결승전] 레미 본야스키 vs. 바다하리
바다 하리 2라운드 실격패, 레미 본야스키 월드 그랑프리 우승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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