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ㆍ경제硏 CEO의 내년 재테크

증시 3분기부터 회복…코스피 800~1500선, 펀드 투자땐 국내 비중 60~70%로 높여야

"통신ㆍ에너지 등 경기방어주, 세계적 경쟁력 갖춘 ITㆍ자동차, 환경ㆍ녹색성장 관련업종 주목해야"

금융기관 수장들은 국내 주식시장이 내년 3분기에나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지수 저점은 800~900으로 예상했으며 최고 15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펀드는 해외 대신 국내 투자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다.

한국경제신문이 7일 내년 재테크 시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은행ㆍ증권ㆍ경제연구소 20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이같이 답했다.

우선 내년 경제 전망은 전반적으로 우울하게 나왔다. 우리 경제가 내년 4분기부터 회복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응답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6명은 201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대부분 2~3%로 예상, 외국계 일각에서 전망하는 마이너스 성장과는 뜻을 달리했다.

내년도 시장의 최대 변수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진정여부와 경기 침체를 꼽았으며 내부적으로 원ㆍ달러 환율을 관심깊게 살펴 볼 것을 주문했다. CEO들은 내년 원ㆍ달러 환율의 고점은 1분기(17명)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그 수준은 1400~1600원(17명)으로 예상했다. 현 수준에서 더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1600~1800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응답도 2명 있었다.

주식시장이 경제 흐름을 선반영하는 것을 보여주듯 주식시장 회복시기는 내년 3분기(11명)가 가장 많았고 2분기로 전망한 CEO들도 5명 있었다.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은 11명이 최고 수준을 1400~15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반면 운용로 기업은행장 등 5명은 1300으로 낮춰 잡았다. 1200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응답도 한 명 있었다. 특히 윤 행장은 내년 지수 저점을 700까지도 예상했으며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이나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은 800으로 전망, 올해 저점을 한 차례 더 깨고 내려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내년 1분기 기업실적 악화와 악화된 경기지표, 기업 부도 가능성이 증시를 공포로 몰고 갈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유망 업종이나 주식은 시장 상황이 불안한 만큼 통신 에너지 등 경기방어주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이 주로 추천을 받았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삼성전자와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과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환경이나 녹색성장 관련 업종을 추천했다.

내년 재테크 수단에 대한 추천은 크게 엇갈렸다. 은행 예ㆍ적금을 꼽은 CEO들이 8명이었으며 여전히 주식을 추천한 사장들도 7명 있었다.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높은 이유로 예ㆍ적금이 추천됐지만 현 수준이라면 주식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은행예금과 채권,주식 등의 전체 자산배분에 있어서는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을 늘릴 것을 주문했고 국내ㆍ해외 펀드 투자비중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국내 비중을 7:3, 6:4 정도로 높여 갈 것을 권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국내 비중을 50% 이상으로 가져가며 해외 비중은 특정국가보다는 분산투자하는 펀드 중심으로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상반기는 선진국 중심으로 하반기는 밸류에이션(주가수준) 매력이 부각될 신흥국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펀드로 고통받는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잇따랐다. 최현만 부회장은 "좋은 펀드에 투자했다면 조급하게 생각하지말고 장기투자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펀드 내 비중 조절에 나서라는 주문도 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이미 손해가 난 펀드는 주가 반등 시 환매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시장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도 "세계 경기침체가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비중은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많았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막대한 외환보유고에다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펀드투자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경수 사장도 "재정이나 통화정책에 여유가 있는 중국이나 브라질은 내년 다른 국가들보다 반등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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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국민은행장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 △김태영 농협신용부문 대표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 △리처드웨커 외환은행장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전상일 동양종금증권 사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