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출은 아주 잘 짜여진 군대를 연상시킨다. 주력 수출 품목이 상당히 많은 데다 지역적으로도 골고루 분산 배치돼 있다.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져 있는 만큼 어느 한 쪽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만회할 수 있는 구조다.

수출 품목부터 살펴보자.올해 들어 지난 11월20일까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던 품목은 선박과 석유제품으로 각각 9.3%였다. 다음으로 일반기계(8.8%) 무선통신기기(8.6%) 자동차(8.1%) 반도체(8.0%) 석유화학(7.8%) 철강제품(7.0%) 등이다. 1,2위 품목이나 7,8위 품목의 수출 비중에 큰 차이가 없다. 9위와 10위인 액정표시장치와 자동차부품도 그 비중이 각각 4.4%와 3.4%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20.5%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의존도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15.8%)과 미국(12.2%) 아세안(10.2%) 일본(7.8%) 등에도 골고루 수출했다. 중동 중남미 대양주 등 3개 지역의 비중도 16.3%에 달했다.

10월만 해도 8대 수출시장 가운데 중국에서만 2.6% 감소했을 뿐 나머지 7개 지역에서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중동 수출은 무려 29.0%나 늘었고 중남미 대양주에서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11월엔 중동을 제외한 전역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중국은 물론 일본 EU 아세안에서도 두 자릿수로 줄었다. 주식시장에 공포가 휩쓸면 우량주 비우량주 가리지 않고 주가가 폭락하듯 세계 불황의 공포가 휩쓴 11월에는 수출지역 다변화 약효가 먹히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당분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줄어드는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회복기가 오면 수출국 다변화가 큰 성과를 낼 것"이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기업들을 보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