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금융주는 몇 단계를 거쳐 하락했다. 첫 번째 하락은 기업이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때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하반기가 이에 해당하는데 종목별로 주가가 연초 대비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락이 거의 모든 종목에 걸쳐 비슷하게 진행됐는데,처음 생존 여부에서 시작된 하락이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 상실로 변하면서 위력이 커졌다.

두 번째 하락은 개별 금융회사의 부실이 확정된 후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기존 주주의 자격이 박탈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해 매도가 있었는데,이때는 금융시스템보다 개별 기업의 문제로 사안이 축소된다.

금융주와 관련해 '나 이외에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심리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외환위기 직후 대형 증권사였던 동서증권에 대해 모기업에서 구조조정을 위해 매각할 수도 있다고 밝히자 하루도 못 가 부도가 나고 만 것은 이런 공포심리가 얼마나 큰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금융회사에 신뢰의 문제가 제기되고 이것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 문제의 확산과 해결이 사람의 마음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주 주가 하락은 이런 과정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부도 리스트에 오르는 일이 벌어지자 금융시스템 붕괴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심리가 퍼지면서 금융주를 중심으로 큰 폭의 하락이 있었다.

이제 미국의 금융위기가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상황은 국내도 마찬가지인데,이를 반영해 지난주 금융주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채권안정기금 조성을 계기로 증권주가 상승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 방안으로 은행주가 올랐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 위기에 대처하는 각국 정부의 신뢰도에 점수를 준 것이었다.

한경닷컴(www.hankyung.com) 증권리더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