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0년(현종 11년)과 1671년 두 해에 걸쳐 조선에 대기근이 발생했다. 제주도에서 함경도까지 전국에 걸쳐 무려 100만명의 사상자를 낸 '경신 대기근'이다.

봄가뭄이 극심했던 1670년 윤2월 서울 한복판에 아침부터 눈이 내린 것을 필두로 우박과 서리,냉우(冷雨)가 여름인 6~7월까지 계속됐고 겨울이 되기도 전에 폭설이 내려 눈 피해가 심각했다. 이듬해에는 봄가뭄,여름 물난리,초대형 태풍,닥치는 대로 갉아먹는 메뚜기떼와 벌레들의 피해가 막대했다. 두 해 동안 냉해,가뭄,수해,풍해,충해 등 5대 재해에 전염병과 가축병까지 겹쳐 조선을 뿌리째 뒤흔들었던 것이다.

이 책은 재해가 유난히 많았던 17세기 조선,그중에서도 '경신 대기근'에 주목하면서 사상 초유의 재앙이 조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기후사(氣候史)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17세기 세계를 휩쓴 이상저온 현상을 학자들은 작은 빙하기라는 뜻의 '소빙기(小氷期)'라고 부르는데 '경신 대기근'도 같은 맥락의 사건이라는 것.

소빙기의 기후변화가 초래한 재해-흉작-대기근이 농업에 기반한 경제구조에 큰 타격을 가했고,민심 이반과 대규모 유민의 이동으로 지역별ㆍ신분별 인구 구성과 사회 안전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진휼청의 상설기구화,대동법 실시와 각종 제도개혁,수차 보급,18세기 영ㆍ정조 때의 사회 안전망 확보 등은 17세기의 경험이 낳은 결과였다는 얘기다. 북벌론과 예송 논쟁 등 17세기 조선사의 대부분이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저자의 시각이 신선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