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것보다…" 한마디에 서울시 사업계획 탄력

이명박 대통령이 가락시장을 이전하는 대신 재건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힘에 따라 가락시장을 '테마공원 기능을 갖춘 도매시장'으로 재건축하려는 서울시의 '가락종합공원계획'이 탄력을 받게 됐다. 재건축 여부를 결정짓는 국회 예산 통과에 이 대통령의 발언이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여기 위치가 안정돼 있다. 이름이 가락시장인데 어디 갈 때도 없고,외부와 경쟁하려면 가락시장이 어디로 가는 것보다는…"이라며 이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재건축을 하게 되면 외국에 가서 보고 설계를 제대로 해 아주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최근 가락시장의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재건축하는 쪽으로 방침을 확정했다. 이를 위해 올해 정기국회에 관련 예산(2009년분 39억5800만원)을 상정해 두고 있다. 지난달 농림수산위에서 예산이 반영돼 현재 예산결산특별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2006년 10월에도 예산 396억원을 올렸지만 국회 예결위에서 전액 삭감하는 바람에 재건축이 좌절됐다"며 "이번에는 의원들이 재건축에 긍정적인데다 대통령의 발언마저 더해져 예산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가락시장이 더 이상 혐오시설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장부지(54만3451㎡)의 절반 이상을 공원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도소매 기능 대부분을 지하 또는 고층빌딩에 넣고,지상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시설을 설치한다. 교통 혼잡과 악취 발생으로 민원 대상이던 대형 수송트럭들은 창고,집배송센터,포장하우스 등을 갖춘 지하 도매시설로 드나들기 때문에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내년 초 아이디어 공모를 한 뒤 하반기에 세부적인 개발 계획을 최종 확정한다.

재건축 완공시기는 2020년으로 잡고 있다. 단계적으로 공사를 진행해 시장 거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다. 한편 1985년 개장한 가락시장은 적정처리용량이 하루 4680t이지만 현재 하루 7700t 정도가 거래돼 이전이나 재건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주민들은 악취 교통정체 등을 이유로 이전을 요구해왔지만 국토해양부와 서울시는 대체부지 마련이 어려워 난색을 표명해 왔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