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대전' 심사차 방한 佛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 "한국 여성 세련된 스타일에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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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대전' 심사차 방한 佛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 "한국 디자이너들 재능 있지만 세계적 취향과는 거리"
"상상력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입을수 있어야"
"혁신적인 디자인,패턴 제작 실력은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높은 것 같습니다. 때로는 현실적이지 않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디자이너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참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어요. "
프랑스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42)은 지난 1일 한국패션협회가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제26회 대한민국패션대전 심사위원으로 방한,30점의 본선 작품 심사 후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ㆍ발굴하는 대한민국 패션대전에선 매년 해외 유명 패션인사 한 명을 심사위원으로 초대한다.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미소니'의 비토리오 미소니 회장에 이어 올해엔 그가 초청된 것.
12년 만에 한국에 왔다는 마랑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국 여성들의 세련되고 우아한 패션 스타일에 깜짝 놀랐다"며 "프랑스 여성들도 이렇게 유행에 딱 맞춰 옷을 잘 차려입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후원하는 이 같은 패션 콘테스트는 프랑스에도 없다"며 "일반인은 물론 (정부)기관들도 패션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아는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는 문영희씨뿐.뛰어난 패션감각과 우수한 디자인 실력을 갖췄는데 '왜 한국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없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참가자의 작품을 보면 한국적 스타일을 엿볼 수 있지만 세계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취향에는 다가가지 못한다"며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양념 재료 등의 비례가 딱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그런 비율 조절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상에 대한 문화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보다 짧아 그렇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분명히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창시절 일화를 소개하며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줬다. "일흔살 먹은 원장님이 진행하는 패션 수업에 숙제로 옷을 만들어가면 우선 잘 만들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며 "그 다음엔 항상 '네가 만든 옷을 거리에서 직접 입어볼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셨다"는 것.참신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도 좋지만 대중이 선뜻 입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마랑은 프랑스에서 거물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를 잇는 차세대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1985년 파리 의상학교 '스튀디오 베르소'를 졸업한 뒤 미셀클랑,요크앤콜,마틴싯봉,요지야마모토,끌로에 등 유명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199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여성복 '이자벨 마랑'을 론칭해 현재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 등 35개국 340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마랑은 자신을 '셀프 메이드 우먼(self-made woman)'이라고 지칭했다. 연간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지만 디자인부터 회계,제품 포장까지 일일이 혼자 다 하고 있기 때문.특별한 컨셉트 없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아이디어를 의상에 담아내는 게 특징이다. 그는 "돈을 좇기보다 여성들이 내 옷을 입었을 때 좀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보이길 원한다"며 "명품 브랜드들이 과도한 명품 마케팅으로 사람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다"는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혁신적인 디자인,패턴 제작 실력은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높은 것 같습니다. 때로는 현실적이지 않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디자이너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참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어요. "
프랑스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42)은 지난 1일 한국패션협회가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제26회 대한민국패션대전 심사위원으로 방한,30점의 본선 작품 심사 후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ㆍ발굴하는 대한민국 패션대전에선 매년 해외 유명 패션인사 한 명을 심사위원으로 초대한다.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미소니'의 비토리오 미소니 회장에 이어 올해엔 그가 초청된 것.
12년 만에 한국에 왔다는 마랑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국 여성들의 세련되고 우아한 패션 스타일에 깜짝 놀랐다"며 "프랑스 여성들도 이렇게 유행에 딱 맞춰 옷을 잘 차려입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후원하는 이 같은 패션 콘테스트는 프랑스에도 없다"며 "일반인은 물론 (정부)기관들도 패션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아는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는 문영희씨뿐.뛰어난 패션감각과 우수한 디자인 실력을 갖췄는데 '왜 한국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없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참가자의 작품을 보면 한국적 스타일을 엿볼 수 있지만 세계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취향에는 다가가지 못한다"며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양념 재료 등의 비례가 딱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그런 비율 조절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상에 대한 문화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보다 짧아 그렇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분명히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창시절 일화를 소개하며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줬다. "일흔살 먹은 원장님이 진행하는 패션 수업에 숙제로 옷을 만들어가면 우선 잘 만들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며 "그 다음엔 항상 '네가 만든 옷을 거리에서 직접 입어볼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셨다"는 것.참신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도 좋지만 대중이 선뜻 입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마랑은 프랑스에서 거물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를 잇는 차세대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1985년 파리 의상학교 '스튀디오 베르소'를 졸업한 뒤 미셀클랑,요크앤콜,마틴싯봉,요지야마모토,끌로에 등 유명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199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여성복 '이자벨 마랑'을 론칭해 현재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 등 35개국 340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마랑은 자신을 '셀프 메이드 우먼(self-made woman)'이라고 지칭했다. 연간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지만 디자인부터 회계,제품 포장까지 일일이 혼자 다 하고 있기 때문.특별한 컨셉트 없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아이디어를 의상에 담아내는 게 특징이다. 그는 "돈을 좇기보다 여성들이 내 옷을 입었을 때 좀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보이길 원한다"며 "명품 브랜드들이 과도한 명품 마케팅으로 사람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다"는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