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200여건도 이번 회기중 처리

A시중은행은 과거 회사에 근무했던 전직 임원이 회사를 떠난 후 고객 정보를 누설했다는 이유로 2억원 상당의 벌금형을 부과받았다. 은행법 상 '임직원의 정보누설 금지의무' 규정에 종업원이 위반 행위를 하면 법인의 대표나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한다는 규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같이 불합리하게 기업에 부과되는 양벌 규정을 완화하기 위한 정비 대상 법률안 73건이 2일 국회에서 일괄 개정됐다. 국회 규제개혁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소속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총 361건의 법률안 가운데 민주당이 이견을 제기하지 않은 80건 중 73건의 법안을 의결 처리했다. 나머지 200여개 법안도 최대한 정기국회 회기 중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양벌 규정은 회사의 종업원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법인도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회사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면책할 수 있도록 했다. 형사법의 기본 원칙인 책임주의에 부합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규제개혁특위는 양벌규정 개선으로 기업 자체의 내부 통제 강화를 통해 종업원의 법 위반행위를 감소시키고 과실 없는 영업주의 벌금 부담액 절감 효과와 함께 형사소송 절차에 따른 시간 낭비 및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진석 규제개혁특위 위원장은 "각 상임위원회가 법안 처리에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규제개혁특위가 일괄 개정한 73건은 매우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김종률 민주당 간사도 "불합리한 양벌 규정의 해소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것"이라며 "나머지 200여건에 대해서도 진지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양벌 규정이 해소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