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집행 차질 … IMF 땐 회기내 처리

국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예산안 의결의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겼다. 대선이 있어 일찍 예산안을 처리했던 2002년 이후 올해로 6년째 입법부 스스로 헌법을 어긴 셈이다. 특히 올해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조속한 재정 집행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국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IMF 외환위기가 불거졌던 1998년에는 비교적 이른 12월9일에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도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어 12월 말이나 돼야 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국회가 예산안을 빨리 통과시켜주면 예산을 선집행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내년도 살림살이를 당겨서 써야 할 만큼 실물경제가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민주당이 "재수정 예산안을 다시 제출하라"며 버티는 등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이었던 2일에도 계수조정소위가 열리긴 했지만 야당이 불참해 예산안 심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집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이날 "예산안이 확정된 뒤 정부 각 부처가 집행계획을 세우고 월별,분기별 배정계획을 세우는 데만 30일이 걸린다"며 "예산안이 12월 말에 확정되면 준비가 소홀해지고 집행 시기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특히 내년에는 저소득층 및 서민 지원과 일자리 창출.실업 관련 예산을 서둘러 집행해야 하는데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년의 경우 예산안이 확정되기 전에 미리 집행을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올해는 여야간 입장차가 너무 커 집행계획을 미리 세우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방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이 실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 중앙 정부의 국고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으면 최종 예산을 편성하기가 어려워 일부 사업은 6개월 이상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SOC(사회간접자본)투자를 통한 지방경제 활성화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김형오 국회의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절박한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며 직권상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창재/이태명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