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 급등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특급호텔의 객실은 꽉 차는데 연회장은 텅 비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밀레니엄 힐튼, 웨스틴조선 등 특급호텔들은 12월이 비수기인데도 엔고에 따른 일본인 관광객 급증으로 객실이 거의 들어차는 반면 내국인들이 경기 침체로 송년회를 줄이는 바람에 호텔 연회장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 특급호텔, 일본인 객실 '점령'

호텔업계는 12월을 전통적인 비수기로 보고 그동안 저렴한 겨울 패키지 상품을 대량 판매해 빈방을 처리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일본인들이 몰려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 시내 주요호텔의 12월 객실 예약률은 80-90%에 달해 경기 불황인데도 객실 장사는 잘 되는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에서 한국 쇼핑 바람이 불면서 일본인들이 대거 입국한 데 따른 것으로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의 경우 객실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특히 여행업계는 최근 태국의 정정 불안으로 일본인들이 연말에 태국이 아닌 한국으로 더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연말에 특급호텔에서 방 구하기 전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호텔측은 "일본인 고객이 작년 이맘때보다 10% 이상 늘었다"면서 "특히 최근 일본 방송에서 한국이 쇼핑하기 좋다고 여러 차례 방송하면서 일본인 고객이 부쩍 증가한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특급호텔이라도 신라호텔처럼 좀 더 비싼 호텔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의 경우 12월에 객실을 예약한 일본인이 작년 동기보다 20-30% 늘었다.

신라호텔측은 "기존에 일본 관광객들은 명동 일대의 중저가 호텔에 투숙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워낙 엔고가 센 탓인지 예전에 자보지 못했던 좀 더 비싼 호텔을 찾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호텔뿐 아니라 호텔 내 면세점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 침체 여파, 연회장 '썰렁'

반면 국내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연말 호텔 연회장은 썰렁한 편이다.

서울 주요 특급호텔의 12월 연회장 예약률은 70% 정도로 지난해의 경우 2-3달 전에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던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12월 예약 또한 24일 크리스마스 전날 이후만 거의 들어차 있을 뿐 나머지 날들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또한 특급호텔들은 연말 송년회 예약이 됐더라도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이래저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작년에 1인당 5만원 짜리 메뉴를 주문했던 단체가 3만원 짜리로 변경하는 등 송년회 행사 자체를 될 수 있으면 간소하게 하려는 데다 주고객인 기업과 단체들이 경기 침체로 연말 모임을 대폭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급호텔들은 그나마 잡혀 있던 예약마저 취소될까 좌불안석이다.

힐튼호텔 관계자는 "작년 연말에는 예약 자체가 안 될 정도로 호텔 연회가 성황을 이뤘는데 지금은 24일 이후로만 차있고 나머지 요일은 작년과 달리 여유가 있는 편"이라면서 "연말에 이렇게 자리가 남는 것도 몇 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