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신약·향수물질만드는데활용

냄새 물질의 원자 하나 차이까지 식별해 낼 수 있는 바이오전자코(Bioelectric Nose)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홍승훈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박태현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은 인간 후각 수용체를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에 적용한 바이오전자코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고감도 분해능(100펨토몰,펨토는 10의 15제곱분의1)을 갖고 있는 바이오전자코는 신약이나 향수물질 개발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사람 후각세포에서 냄새 맡는 역할을 하는 후각 수용체(olfactory receptor) 단백질을 대장균(E.coli)에서 대량 복제한 뒤 이 단백질을 탄소나노튜브(sw-CNT) 트랜지스터 표면에 흡착시켜 사람이나 동물의 코와 반응성이 같은 바이오전자코를 만들었다.

특정 냄새분자가 트랜지스터 위의 후각 단백질에 결합하면 이 단백질의 전하가 바뀌고 이런 전하의 변화가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에 전기신호를 만들어냄으로써 특정 냄새 분자를 검지하는 냄새센서로 작동한다. 연구팀이 과일 냄새를 감별할 수 있는 바이오전자코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분자구조가 과일 냄새 물질과 유사한 냄새 분자와 실제 과일냄새 분자(탄소원자 1개 차이)를 구별해 내는 높은 감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지금까지 많은 가스센서가 개발됐지만 대부분이 여러 종류의 가스에 반응하는 등 선택성이 낮았고 상용화된 가스센서들은 사람코와는 반응성이 매우 달랐다"며 "이 바이오전자코는 사람코와 똑같은 반응성을 가지고 특정 냄새분자와만 반응하기 때문에 선택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약검지 등 경찰견 사용 분야나 신약개발 또는 향수물질 개발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소재분야 저널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인터넷판에 최근 소개됐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