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반등하면서 증시에 다시 '말의 성찬'이 펼쳐지고 있다. 원래 밑도 끝도 없는 루머와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말들이 풍성한 곳이 증시이지만,이번주는 코스피지수가 10.9%나 오른 데 따라 호재성 재료 및 반등 장세와 관련한 이색적인 분석과 표현들이 쏟아진 것이 특징이다.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정책 방향에 대해선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분석이 등장했다. 씨티그룹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감민상 SK증권 애널리스트 등은 '큰 말은 살 길이 생겨 쉽게 죽지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설명했다.

골드만삭스가 씨티그룹의 일부 사업부문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을 때는 미국의 유명 TV드라마인 '섹스 앤드 더 시티'를 연상시키는 '삭스 앤드 더 시티(Sachs & the City)'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스와프(swap) 삼국지'란 표현이 등장했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에 이어 한·중·일 간 통화스와프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게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달러화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28일까지 4일 연속 하락했다.

주가 반등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에도 톡톡 튀는 표현들이 잇따랐다.

한 투자자문사 사장은 이번 반등장을 '인디언 서머'라고 지적했다. 인디언 서머란 가을 추위로 넘어가기 전 찾아오는 '반짝 늦더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 반등이 추세적인 상승이 아니라 앞으로 길게 이어질지 모를 경기침체 이전에 잠시 찾아온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불황기에 경기방어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인동초(忍冬草)'(이선일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나 '안전지대'(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같은 말들이 쏟아진 것도 눈에 띈다.

또 소비 침체에도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있다는 뜻으로 '햄과 자전거에 길을 묻다'(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경영 실적이 안정적이라는 의미에서 '속이 꽉 찬 참붕어 싸만코 같다'(유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빙그레 분석보고서)는 표현도 등장했다. 디스플레이 업종이 지금은 고전 중이지만 내년 2분기 이후엔 나아질 것이라며 '지하실에도 볕 들 날 있다'(강윤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분석도 나왔다.

펀드 투자자들의 답답한 심정은 '추불과 환매 사이'로 표현됐다. 적립금을 추가 불입해 단가 낮추기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일정 부분 손실을 감안하고서라도 반등기에 환매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투자자들의 모습이 담긴 말이다.

문혜정/강지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