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본확충 어떻게] 은행 자구노력 강화 … 정부는 측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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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증자로 BIS비율 11%대로…KB금융은 지주사 지분 맞교환
은행들이 연말까지 자기자본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정부는 은행에 자본을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하기에 앞서 은행들의 자본 확충 노력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자기자본비율 높이기
우리금융지주는 다음 달 중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이 중 7000억원가량을 우리은행이 발행하는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일정 기간 후 보통주로 전환되는 전환우선주는 은행의 기본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를 통해 현재 11.23% 수준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1% 후반대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이 발행하는 회사채 중 일부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이 보유한 지주사 주식을 전략적 투자자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10.74%인 자기자본비율을 11% 중반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최근 1조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자기자본비율을 1.0%포인트가량 끌어올렸다. 은행 관계자는 "3분기까지 1조8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며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더라도 자기자본비율을 11%대로 높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75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은행 중 가장 먼저 자기자본비율을 12%대로 끌어올렸다. 자기자본비율 12%는 금융당국이 평가하는 1등급 은행에 해당하는 기준이다. BIS 권고 기준은 8%로,통상 10% 이상이면 우량 은행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하나은행도 최근 54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11%대로 높였으며 필요시 증자와 후순위채 추가 발행을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연말까지 정부가 추진 중인 5000억원 규모의 증자가 이뤄질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11%를 넘어설 전망이다.
◆은행의 자구노력 효과
9월 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들의 기본자본(Tier 1)은 99조원이다. 여기에다 보완자본(Tier 2)으로 분류되는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액은 40조원이다. 보완자본은 기본자본의 100%(최대 인정 한도)까지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로 59조원 규모의 후순위채나 하이브리드채권을 내놓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은행들이 보완자본을 꽉 채워 조달할 경우 평균 BIS 자기자본비율은 5.8%포인트 높아진다. 다만 후순위채의 경우 만기가 10년 이상이면 발행액의 100%를 보완자본(Tier 2)으로 인정하지만 10년 이하일 경우 50%만 보완자본으로 인정한다. 현재 은행들은 장기물의 경우 금리 부담이 큰 만큼 대부분 5년6개월물을 발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자기자본비율은 13% 안팎에 머무를 전망이다.
배당 억제도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다. 최근 3년간 은행권의 배당성향은 22%에 달했다. 이 비율을 5%포인트만 내려도 BIS비율이 0.27% 올라가는 효과가 생긴다. 배당을 완전 중단하면 1.5%포인트 정도 올라간다.
◆정부는 측면 지원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의 자본 확충은 은행 스스로 최대한 대출 여력을 높이도록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날 "지금은 외부에서 개입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며 "현재 은행의 상황은 후순위채나 상환 우선주 발행 등을 통해 스스로 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는 자구수단을 강구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섣불리 공적자금을 투입하거나 은행의 후순위채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는 것은 오히려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만약의 상황에 대비, 직간접적인 개입을 검토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를 모기지담보증권(MBS)으로 전환해 시장에 매각하면 된다. 이럴 경우 은행들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으로 과다한 은행채 등을 상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자본비율도 높일 수 있다. 위험자산이 줄어들면 BIS비율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팔려면 차주들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심기/김현석 기자 sglee@hankyung.com
[ 용어풀이 ]
◆ 자기자본비율,기본자본비율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이때 자기자본은 '기본자본(Tier 1)'과 '보완자본(Tier 2)'의 합계액이다. 기본자본은 자본금 내부유보금 등 실질순자산으로 영구적 성격을 지닌 반면 '보완자본'은 후순위채권 하이브리드채권 등 부채 성격을 지닌 자본을 말한다. 보완자본을 뺀 기본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한 지표가 기본자본비율이다. 통상 자기자본비율은 10% 이상,기본자본비율이 8% 이상이면 우량 은행으로 평가된다.
◆ 후순위채
청산시 변제 순위가 일반 채권에 비해 뒤지는 채권을 말한다. 후순위채 발행액이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만기가 5년 이상이어야 하는데,은행들은 통상적으로 만기 7~10년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 일반 채권에 비해 이자율이 높은 만큼 수익성에는 부담을 주지만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은행들이 연말까지 자기자본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정부는 은행에 자본을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하기에 앞서 은행들의 자본 확충 노력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자기자본비율 높이기
우리금융지주는 다음 달 중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이 중 7000억원가량을 우리은행이 발행하는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일정 기간 후 보통주로 전환되는 전환우선주는 은행의 기본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를 통해 현재 11.23% 수준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1% 후반대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이 발행하는 회사채 중 일부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이 보유한 지주사 주식을 전략적 투자자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10.74%인 자기자본비율을 11% 중반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최근 1조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자기자본비율을 1.0%포인트가량 끌어올렸다. 은행 관계자는 "3분기까지 1조8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며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더라도 자기자본비율을 11%대로 높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75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은행 중 가장 먼저 자기자본비율을 12%대로 끌어올렸다. 자기자본비율 12%는 금융당국이 평가하는 1등급 은행에 해당하는 기준이다. BIS 권고 기준은 8%로,통상 10% 이상이면 우량 은행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하나은행도 최근 54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11%대로 높였으며 필요시 증자와 후순위채 추가 발행을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연말까지 정부가 추진 중인 5000억원 규모의 증자가 이뤄질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11%를 넘어설 전망이다.
◆은행의 자구노력 효과
9월 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들의 기본자본(Tier 1)은 99조원이다. 여기에다 보완자본(Tier 2)으로 분류되는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액은 40조원이다. 보완자본은 기본자본의 100%(최대 인정 한도)까지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로 59조원 규모의 후순위채나 하이브리드채권을 내놓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은행들이 보완자본을 꽉 채워 조달할 경우 평균 BIS 자기자본비율은 5.8%포인트 높아진다. 다만 후순위채의 경우 만기가 10년 이상이면 발행액의 100%를 보완자본(Tier 2)으로 인정하지만 10년 이하일 경우 50%만 보완자본으로 인정한다. 현재 은행들은 장기물의 경우 금리 부담이 큰 만큼 대부분 5년6개월물을 발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자기자본비율은 13% 안팎에 머무를 전망이다.
배당 억제도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다. 최근 3년간 은행권의 배당성향은 22%에 달했다. 이 비율을 5%포인트만 내려도 BIS비율이 0.27% 올라가는 효과가 생긴다. 배당을 완전 중단하면 1.5%포인트 정도 올라간다.
◆정부는 측면 지원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의 자본 확충은 은행 스스로 최대한 대출 여력을 높이도록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날 "지금은 외부에서 개입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며 "현재 은행의 상황은 후순위채나 상환 우선주 발행 등을 통해 스스로 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는 자구수단을 강구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섣불리 공적자금을 투입하거나 은행의 후순위채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는 것은 오히려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만약의 상황에 대비, 직간접적인 개입을 검토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를 모기지담보증권(MBS)으로 전환해 시장에 매각하면 된다. 이럴 경우 은행들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으로 과다한 은행채 등을 상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자본비율도 높일 수 있다. 위험자산이 줄어들면 BIS비율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팔려면 차주들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심기/김현석 기자 sglee@hankyung.com
[ 용어풀이 ]
◆ 자기자본비율,기본자본비율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이때 자기자본은 '기본자본(Tier 1)'과 '보완자본(Tier 2)'의 합계액이다. 기본자본은 자본금 내부유보금 등 실질순자산으로 영구적 성격을 지닌 반면 '보완자본'은 후순위채권 하이브리드채권 등 부채 성격을 지닌 자본을 말한다. 보완자본을 뺀 기본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한 지표가 기본자본비율이다. 통상 자기자본비율은 10% 이상,기본자본비율이 8% 이상이면 우량 은행으로 평가된다.
◆ 후순위채
청산시 변제 순위가 일반 채권에 비해 뒤지는 채권을 말한다. 후순위채 발행액이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만기가 5년 이상이어야 하는데,은행들은 통상적으로 만기 7~10년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 일반 채권에 비해 이자율이 높은 만큼 수익성에는 부담을 주지만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