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고인 도로에서 승용차가 미끄러져 교통사고가 났다면 도로 관리를 맡고 있는 국가도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최진수 부장판사)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회가 국가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도로 관리 부실로 물이 고이는 현상을 방지하지 못해 교통사고가 났다면 책임은 국가에 있다"며 "원고가 요구한 5억2000여만원의 60%인 3억1000여만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올해 1월 새벽 승객을 태우고 경기 광주시 오포읍의 43번 국도를 지나다 미끄러져 반대편에서 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김씨 등 4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고가 난 지점은 당시 내린 눈.비로 비교적 많은 물이 고여 있었다. 배수구에 쳐있는 철망이 흙과 이물질로 막혀 제구실을 하지 못한 탓이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회는 김씨 등의 유족에게 위자료와 장례비 등으로 총 5억2000여만원을 지급한 뒤 도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물이 고여 있는 데도 아무런 주의나 경고 표지가 없었고 당시 특별히 많은 눈이 내렸다고 보기도 어려우며,철망을 제거하자 물 고임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국가가 배수구를 관리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고 당시 눈.비가 내려 시야가 나빴고 김씨가 다소 과속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국가의 책임 비율을 60%로 결정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