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seo1398@skku.edu>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재주 중의 재주가 아닐까 싶다. 누구나 한번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지를 앞에 두고 몇 줄 쓰고난 후 붓방아만 찧다 포기한 경험이 있으리라.

대체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점에는 글쓰기 관련 책이 수십 종 나와 있지만,그 책을 모두 정독한다고 글 솜씨가 부쩍 늘지는 않는다. 천부적인 소질이 없으면 영영 안 되는 것일까. 인문과학도보다는 자연과학도들의 고민이 더 깊을 법하다. 그러나 글쓰기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잘 쓸 수 있다는 게 필자의 경험에서 얻은 생각이다.

20여년 전 어느 일간지에 1년 동안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었다. 1주일내 한 번꼴로 200자 원고지 6장 분량의 글이었다. 타이틀은 '의창'(醫窓)이었는데,지인의 채근을 못 이기고 수락한 게 화근이었다. 밤을 꼬박 새우며 원고지를 메우는 데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글재주 없는 전문의(專門醫)로서 1200자에 약간의 지식과 정보,진료 에피소드 등을 적절히 조화시키기가 너무 어려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탈고하고 나면 바로 다음 칼럼을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처음 쓸 때 8시간 걸리던 것이 6시간,4시간,2시간으로 점차 줄어드는 게 아닌가. 하다보니 어느새 글 쓰는 실력이 늘어난 것이다.

결론은 글 쓰는 것도 연습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평상시 독서도 많이 해야 하고,끊임없이 글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수십 편을 써봐야 할 것이다. 혹자는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말로 글쓰기의 요령을 정리한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읽은 만큼 글이 써진다는 말도 되겠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글백일장에서도 그랬지만 최근 몽골에서 열린 제1회 '성균 한글백일장' 외국대학생 수상자들의 작품을 읽고 놀랐다. 입상하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겠지만,반듯한 글씨에 자유로운 생각을 담은 글들은 논술시험을 치르고 들어온 우리 신입생들보다 더 나아보였다. 대학 총장으로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학생들을 '교양인'(敎養人)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고등교육을 받았으면서도 글 한 줄 쓰기를 어려워하거나 자기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전문지식과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다 해도 '절름발이 지성인'이다. 대학 1학년 때 '글쓰기 이론과 실제''스피치와 토론''학술적 글쓰기' 등 교양과목에 많은 비중을 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전문화 교육이 갈수록 비중을 높여가는 대학에서 우리 말과 글을 잘 쓸 수 있는 소양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이끌 지성인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