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결국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그곳 사람들이 경쟁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

윤병철 한국FP(재무설계사)협회 회장(사진)은 21일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융사들이 몸집 불리기 경쟁을 하기보다는 전문 지식을 가진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FP협회는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나 AFPK(개인재무설계사) 자격증 소지자를 회원으로 하는 단체다.

윤 회장은 1991년부터 6년간 하나은행장을,1997년부터 4년간 하나은행 회장을,2001년부터 3년간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을 지냈다. 은행의 최고위직에 있던 2000년부터 FP협회장직을 맡기 시작해 지금까지 FP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언젠가 은행을 떠나면 금융산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면서 "현재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이 훌륭한 인재가 없다는 것인데,앞으로 사람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펀드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도 "은행원들의 전문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위험을 완전히 고지하고 소비자에게 상품을 인수해야 완전판매라 할 수 있는데 약관을 대충 설명하고 고객 사인만 받은 후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앞으로 한 금융사에서 예금,보험,증권은 물론 은퇴,상속 등에 대한 정보나 상품도 팔아야 한다"면서 "금융 종사자들이 지금처럼 자기 분야만 알아선 안 되고 환율,세금,금리 등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무설계와 관련된 자격증 소지자들이 은행 PB 등으로만 몰려 특정 계층만 재무설계 서비스를 받는다는 지적에는 "FP협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여기는 사업 중 하나가 FP회원들을 기업체에 보내서 일반 직원들을 상대로 일대일 FP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라며 "KT,아모레퍼시픽,삼양사 등이 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 복지에 관심이 많은 회사나 노조 차원에서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재테크'란 용어 대신 '재무설계'란 말이 쓰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윤 회장은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그 돈을 갖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설계할 때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