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페루가 양국 정상회담에서 내년 초 FTA 협상 개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보호무역주의 등장이 우려(憂慮)되고 있는 만큼 양국간 FTA 협상은 반가운 일이다.

사실 남미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여러가지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시장으로서의 중요성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자원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페루는 은 아연 동 주석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때마침 페루로서는 SOC 분야 등에 한국 진출을 희망하고 있고, 우리는 협력할 수 있는 자본과 기술이 있는 만큼 시장과 자원 양 부문에서 두 나라가 윈-윈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크다고 본다.

문제는 남미에 접근하고 있는 국가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한·칠레 FTA의 경우 국내 농업계 등에서 당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양국간 상호이익을 가져다 줬지만 그 뒤 중국 등이 뛰어들면서 그 이익이 상당부분 줄어들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페루의 경우 그 반대로 중국이 선수를 치고 나갔고 우리가 그 뒤를 따라가는 양상인 만큼 중국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설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격경쟁만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만큼 중국보다 한수 위의 기술과 품질로 승부를 거는 등 체계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남미의 경우가 보여주듯이 국가간 선점경쟁은 이렇게 치열하다. 향후 보호무역주의 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FTA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상수지(經常收支) 흑자가 절실한 우리로서는 FTA 확대만이 생존전략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