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총 10조로 전년대비 2배

은행들이 이달 4조원에 달하는 후순위채를 쏟아낸 가운데 다음 달에도 2조원 규모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어서 소화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사라진 상태에서 은행들은 후순위채의 대부분을 창구에서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 때문에 금리를 높이고 '큰손'들에게 읍소하는 등 후순위채 판매에 올인하고 있다.

20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되거나 발행예정인 은행 후순위채가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5조원)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지난달 말까지 5조원 규모에 머물렀던 후순위채는 이달 중 최대 4조원어치가 발행될 예정이며 12월에도 2조원 규모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금융위기로 인해 뚝 떨어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21일부터 3000억원 규모를 내놓는다.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판매 중인 신한은행이 추가로 3000억원을 더 발행하며 하나은행도 5000억원 규모를 내놓는다. 기업은행 농협 등도 연말까지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후순위채가 쏟아지자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10~13일 내놓은 후순위채 8000억원의 경우 4일 만에 다 팔렸지만 지난 18일부터 팔고 있는 7000억원 규모의 경우 사흘이 지난 20일까지 판매액이 50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7000억원 규모를 팔고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판매액이 첫날인 17일 1340억원에서 19일엔 998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이날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은행 구조조정'을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후순위채권은 기업이 파산할 경우 채권 회수가 가장 뒤로 밀리는 채권이다.

현재 은행 후순위채를 판매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창구밖에 없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후순위채를 인수하는 기관투자자는 사실상 국민연금이 유일하다"며 "국민연금이 높은 이자를 요구하자 은행들이 창구판매에 몰리면서 판매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모 은행 후순위채를 인수하면서 연 8%에 달하는 금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방은행은 후순위채 소화를 위해 금리를 연 8.72%까지 제시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