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것을 우선하는 언어 습관은 예의ㆍ체면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한자문화권에서 '의식주'란 말은 근대에 생겨났지만 '의식(衣食)'은 예부터 있었다. BC 7세기 춘추시대 사상가 관중의 저서 '관자(管子)' 목민(牧民)편에는 '의식족이지영욕(衣食足而知榮辱)',즉 입고 먹는 것이 충족돼야 명예와 수치를 안다고 했다. 정석원 한양대 교수(중국학)는 "당시 衣를 앞에 쓴 것은 옷이 삶의 기본 요소인 동시에 신분 계급 등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라며 "예를 중시하는 유교의 영향으로 이런 표현이 관용적으로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의식주'란 말은 옛 문헌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정 교수는 "경제 물리 같은 용어처럼 일본 개화기에 만들어져 한국 중국으로 건너왔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중국에서 삶의 4대 요소로 널리 쓰는 '의식주행'은 정치ㆍ사상가 쑨원(孫文)이 의식주에 '교통(行)'을 붙여 만든 말"이라고 소개했다.
현대 중국어에선 '식의주'가 '의식주'보다 더 자주 쓰인다. 북한은 김일성 전 주석의 지시로 1984년부터 '의식주' 대신 '식의주'를 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중문학)는 "언어는 현실과 괴리가 생길 때 말뜻이나 순서가 달라진다"며 "식의주를 더 많이 쓰는 것은 먹는 것을 중시하는 현대 중국인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