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조만간 전저점 테스트하지 않을까 각오하는 분위깁니다"

모 증권사 시황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급락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 밤 다우 지수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우려와 부진한 경제지표에 8000선마저 내준 걸 보고 이미 짐작했다는 눈치다.

출근 후 팀 사람들은 전일 이긴 축구 얘기를 주고 받았다고 했다. 어디 할 일이 없어 그랬겠는가. 시장이 만만치 않게 어려울 것을 알기에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1000선을 밑돌고 있다.

현재 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발 한파에 투자심리가 위축돼 하락폭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슬금슬금 오르더니 장중 1500원을 넘었다.

현대증권은 "은행, 건설, 조선으로 이어지는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 우려와 환율 상승, 채권시장 수급불안 등 내부적인 악재들이 상존해 있는 가운데 미국 주택관련 지표가 내주 중반까지 집중돼 있어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증권은 "주식시장의 하락이 경기침체의 상당부분을 반영해가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정부대책 실행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민감한 사항에 대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급선무고, 실물경기를 가늠하는 경제지표에 대한 실망으로부터 내성이 쌓여야 견고한 반등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지지선 확인이 우선 필요하다며 경기방어주 위주로 대응하라고 말했다. 경기부양책 효과를 보고 있는 중국 증시를 볼 때 중국관련주에 대한 단기매매는 가능할 것이라고 한양증권은 말했다. 하지만 중국 역시 여전히 변동성이 큰 편이어서 마음 놓기 어렵다.

증시가 10월처럼 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어쩐지 악몽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하는데, 얼마나 가야 산이 보일까.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