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한때 1000선 붕괴 … 코스닥도 다시 300선 무너져

증시가 외국인의 끊임없는 매도 공세와 실물경기 침체,건설사·조선사 구조조정의 불확실성 등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기관의 매수세도 취약해 주가는 연일 힘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지난달 코스피지수를 938까지 끌어내린 데 이어 이번엔 실물경기 침체의 충격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강보합으로 출발했지만 외국인이 7일째 '팔자'에 나서면서 하락 반전해 낮 12시께는 지난달 30일 이후 다시 1000선을 내줬다. 994선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막판에 연기금과 투신이 매도 규모를 줄이면서 1.87% 하락한 1016.82로 장을 마쳤다. 이로써 지난 11일부터 7일 연속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2.57% 떨어진 297.41로 마감,지난달 30일에 이어 다시 300선이 깨졌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가 이 같은 하락세의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국인은 이날 2427억원을 순매도해 나흘 만에 순매도 규모를 2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이틀만 빼고 순매도를 지속해 2조20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연말 헤지펀드 청산 매물 등으로 자금 회수가 다급해진 것이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지 않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물경기가 잔뜩 움츠러들고 있는 것도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경기 침체는 기업 실적 부진으로 연결돼 주가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3분기 실적에서 '어닝 쇼크'가 나타났고 4분기부터 충격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3분기 순이익이 60% 급감하면서 실적 악화의 신호가 확인됐다"며 "영업이익은 10%밖에 줄지 않았지만 4분기부터 글로벌 소비 감소로 수출 부진이 뚜렷해지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장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머물고 있는 점도 증시엔 부담"이라며 "이는 한국의 신흥시장 리스크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에 이어 조선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증시엔 부담이다. 건설사와 중소 조선업체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해결의 가닥이 잡혀야 불안한 투자심리가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가 이 같은 악재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마저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수요 기반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투신은 국내 주식형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격히 줄면서 돈줄이 마르고 있는 형편이다.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 신규 유입된 자금은 5700억원으로 하루 평균 500억원 수준이다. 1년 전(4300억원)에 비해 9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시장에선 이달 국내 주식형펀드의 유입 자금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자산운용협회가 펀드 자금 동향 집계를 시작한 2006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한 대형 증권사 지점장은 "펀드 등으로 손실을 본 고객이 많아 시장 상황이 조금 나아진다고 해도 절대 다시 가입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기관 중에서 그나마 연기금이 지수 방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이날 한때 연기금은 739억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장 후반 매수세를 키워 13억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순매수 규모는 이틀째 급감했다.

장경영/김재후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