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모인 G20 정상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광범위한 경기 부양에 합의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기업들의 위기설이 터지는 상황이다. 10년간 균형재정 정책을 유지했던 영국 노동당 정부가 적자재정 기조로 돌아서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재정적자 확대에 찬성하고 나서는 등 국내외적인 흐름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방침은 너무 한가해 보인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들여다봐도 급조된 방안이라는 인상을 준다. 지난주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국채 10조원 이하'라는 목표가 처음 나왔을 때는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감세안을 철회시켜 세수를 5조원 늘리고 세출에서 3조원을 깎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4일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후퇴하고 있는 와중에 세출을 줄이는 것이 맞느냐'는 주장이 제기되자 사흘 만에 감세안 철회를 통한 세수는 6조원 늘리고 세출은 1조원만 줄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3일 만에 3조원 차이가 난 데다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판결에 따른 세입 감소분 등 불리한 변수는 반영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민주당의 수정된 안대로라면 국채 규모는 10조 7000억원으로 '10조원 이하'라는 목표는 애초부터 실현불가능한 것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꼴이 됐다.
당 예산특위 위원장인 최인기 의원은 "평상시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7조원 정도로 외환위기 극복 과정이던 1999년에도 10조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하며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한 같은당 강봉균 의원은 "여러 선진국처럼 금융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10조원 정도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필요가 있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스스로를 'IMF를 극복한 정당'이라고 자부하는 당이라면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에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내놓는 게 책임있는 자세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