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청사 침입ㆍ택시운전사 집단 시위
경제 위기로 정치 리스크도 커져
지도부 민신잡기 안간힘

미국발 금융위기가 중국 경제에 이어 공산당 일당 지배로 대표되는 정치체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살기 팍팍해진 중국인들이 잇따라 불만을 표출하면서 생계형 집단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성장 위주에서 분배에 역점을 두는 경제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던 공산당 지도부가 다시 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성장이 위축되면 사회불안이 더 고조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중국 공안부의 멍젠주 부장(장관)이 18일 전국 경찰 지도부 회의를 소집,사회 안정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고 선전부의 류윈산 부장이 전국 언론사 고위층에 성장을 위한 여론조성을 독려하고 나선 것도 지도부의 위기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불만 잇단 표출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간쑤성 룽난시에서 시민 2000여명이 17일과 18일 공산당 청사를 약탈하는 폭력시위를 벌여 차량 11대가 불에 타고 경찰과 공무원 60여명이 다쳤다. 이번 시위는 룽난시가 재개발 계획을 변경하자 당초 예정지의 지역 주민들이 반발해 일어났다. 이들은 당위원회 간부들과 경찰을 향해 돌과 벽돌 화분 등을 던지고 쇠파이프와 도끼를 휘둘렀다. 주민들 사이에는 주민 몇 명이 맞아 사망하고 학생 3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이번 시위는 최근 수년 내 토지분쟁이나 지방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로 나타난 민심 동요의 한 사례다. 최근 6개월간 중국 언론에서 보도한 대형 시위만도 10건 이상에 달한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기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생계형 시위도 급증하고 있다. 칭다오시의 버스 운전사들은 지난 17일 계약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광둥성 광저우에서는 불법영업을 하는 승용차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택시운전사들이 집단시위를 벌였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택시 운전사들의 집단 시위는 불경기가 본격화된 뒤 최초의 전국적인 집단행동"이라며 "중국 정부가 새로운 환경에서 맞이하는 정치적 시험대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생계형 시위로 몸살 앓는 차이나
공장지대인 주장삼각주에서도 기업 파산으로 실업자들이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선전 시내에는 무장 경찰차까지 등장했다고 BBC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경제위기가 사회안정 위협

멍젠주 부장은 "국제 금융위기가 사회 안정에 야기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경찰에 "대민(對民) 관계 개선에 주력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도 지난달 말부터 잇따라 지방 현장으로 뛰며 민심 다독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정치 민주화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경기둔화까지 겹쳐 사회불만은 쉽게 사그라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5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는 정부가 지도 위에 선을 긋는 대로 개발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빈부격차 확대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이 같은 경제 성장 방식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민주화 조치에 선뜻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민주개혁은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