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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만드는 작은 차이…튀는 아이디어로 기업가치 높여라

독창적인 기술개발과 품질관리를 통해 해외시장과 틈새시장을 개척한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 스위스 빅토리녹스(Victorinox)社다. 빅토리녹스사는 우리에게 '맥가이버 칼'로 더 잘 알려진 스위스챔프(Swiss Champ)를 비롯 300여 가지의 칼을 만들어 '스위스 아미 나이프(Swiss Army Knife)'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 납품하고 있다. 스위스 이바크시에 위치한 이 회사는 1884년부터 가족경영을 해오며 경영여건 변화에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대응함으로써 브랜드 가치 1억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1897년 스위스의 군 장교들에 의해 단순한 군용 칼로 고안된 '맥가이버 칼'은 세계적으로 여행 붐이 불면서 송곳,병따개 등 다목적 칼로 변신해 온 지구인이 쓰는 '미니연장통'이 됐다. 수출대상국만 100여 개국이 넘는 것을 반영하듯 매출액의 90%가 수출이며 부채도 없다.

프랑스나 독일에서 가장 좋은 강철을 들여다가 연마하고 갈고 다듬어서 칼날과 용수철을 만들며 이러한 공정은 경쟁자들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진행된다. 이 회사는 고객들이 10년 또는 20년 전에 사간 칼을 보내오면 무료로 수선해 보내주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열처리 기술과 하루 생산되는 3만5000여개 제품 중 단 한 개의 불량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꾸준한 신제품 개발이 120년 넘게 장수를 하고 스위스챔프가 세계인의 애장품이 된 비결인 것이다.

193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공장에서 조지 블레이스가 지포라이터를 처음 선보였을 때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뚜껑에 경첩을 달아 여닫을 수 있고 심지 주변에 구멍 뚫린 철판을 둘러 바람 속에서도 켜지게 한 라이터는 파격 그 자체였다.

마모가 잘 되지 않도록 철을 제련해 발화바퀴를 만들고 심지에 구리선을 넣어 수명이 오래가도록 한 것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19세기 말 레인코트는 모두 고무로 만들어져 무겁고 불편했다. 버버리의 창립자 토머스 버버리는 빗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가볍고 바람이 잘 통하는 직물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결국 날실과 씨실을 직각으로 조밀하게 짠 후 화학수지로 방수 가공해 '개버딘'이라는 옷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가볍고 방수,방한,통기성이 뛰어난 이 옷은 가을,겨울이면 누구나 한번쯤 입고 싶어하는 트렌치코트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빅토리녹스와 버버리,지포의 저력은 소비자 기호에 앞선 기술개발과 품질관리다. 신제품 개발은 곧 기업의 장수비결이자 경기침체를 돌파할 비책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변신하고 탄탄한 성장 축을 만들어낸 이들 글로벌 중소기업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기불황 속에서 꿋꿋이 일어서려는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