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ㆍ매각협상 실패 책임…MS와 M&A 재협상 관심

26세 나이로 세계 최초의 포털사이트 야후를 세우며 '넷 세대(Net Generation)의 아이콘'으로 군림해 온 제리 양 야후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사임하며 쓸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양은 그동안 실적 부진,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인수ㆍ합병(M&A) 협상 결렬,구글과의 온라인 검색광고 계약 철회 등으로 안팎으로 강력한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양이 CEO직을 내놓음에 따라 MS와의 M&A 협상 재개 여부 등 야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야후는 17일 공식 성명을 통해 "제리 양과 회사 임원들이 양의 퇴임을 공동 결정했으며 이사회가 새 CEO를 찾는 대로 양이 물러나기로 했다"며 "CEO직을 떠나더라도 양은 계속 이사회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리 양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 공동창업자로서의 원래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며 "앞으로도 야후에 남아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리 양이 CEO에서 물러남에 따라 월가에선 조만간 야후가 MS와 인수 협상에 재돌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해지고 있다.

제리 양은 지난해 6월 야후가 온라인 검색업계에서 구글에 밀리게 되자 테리 시멀의 후임자로 직접 CEO 자리에 올랐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올초부터 시작된 MS와의 M&A 협상이 지난 6월 결렬되고,이달 들어 구글과의 온라인 검색광고 제휴도 독점당국의 제지로 무산되면서 주주들로부터 사임 압력에 시달려왔다. 게다가 야후의 지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4% 급감하고,전체 직원 가운데 1500여명을 정리 해고키로 결정하는 등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주가는 현재 10달러대 수준으로,양의 CEO 취임 이후 1년5개월여 만에 약 60% 하락했다. 17일 뉴욕 증시에서 야후 주가는 0.19달러(1.76%) 떨어진 10.63달러에 마감됐다.

제리 양은 대만에서 태어나 10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계 미국인으로,중국식 이름은 양즈위안(楊致遠)이다.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인 1994년 친구였던 데이비드 파일로와 인터넷의 각종 정보들을 쉽게 찾는 안내 웹사이트인 '제리의 월드와이드웹(WWW) 가이드'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가 네티즌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게 되자 1995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도움을 받아 파일로와 함께 세계 최초의 포털사이트 '야후'를 설립했다. 1998년엔 타임지가 선정한 '사이버 공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 중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