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은 '고위험-고수익' 사업모델의 전형이다. 이런 산업을 정부더러 책임지라고 해선 안 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처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민간 기업이 직접 풀어야 할 문제다. "(김수삼 한양대 토목공학과 교수)

"한국이 반도체와 조선 강국이 된 건 민간기업이 잘해서만은 아니었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 성공요인이었다. 바이오가 '제2의 반도체'가 될지 여부는 정부가 여건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박영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바이오는 '뜨는 산업'이다. IT산업의 글로벌 성장률이 2006년 6%에 그친 반면 바이오 분야의 성장률은 2015년까지 연평균 1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 정부와 민간기업들은 "바이오 패권을 쥐는 국가와 기업이 21세기를 가질 수 있다"며 관련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바이오산업,성장동력 가능한가'란 주제로 열린 '제33회 한경-공학한림원 토론마당'은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찾아보는 자리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정극 동국대 화공생물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체 대학교수의 42%가 바이오 분야일 정도로 관련 인력이 풍부하며 세계에서 14번째로 많은 바이오 관련 특허기술을 보유하는 등 인프라도 크게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 자금의 비효율적인 투자 △미흡한 산ㆍ학ㆍ연 연계 시스템 △저조한 민간 투자 등으로 인해 산업화 단계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영훈 원장은 "국내 바이오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10년 이상 쏟아부은 뒤에야만 성과가 나오는 만큼 정부가 '장(場)'을 만든 뒤 세제 및 금융 혜택을 줘야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은 "그동안의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국내 제약사들도 이제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이란 꿈을 향해 활주로를 내딛고 막 이륙하려는 단계까지 왔다"며 "이 상태에서 (정부가) 방치하면 엔진이 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사들이 원하는 건 R&D(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약가 인하정책'을 합리적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국의 바이오 산업도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수삼 교수는 "높은 수익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정부가 아닌 기업의 몫"이라고 반박했다.
장호남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볏짚으로 에탄올을 만드는 데도 1ℓ에 1000원가량의 생산비가 든다"며 "낙엽을 이용해 바이오 에너지를 만드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상헌/황경남 기자 ohyeah@hankyung.com